
동두천시의회 박인범 의원이 이례적으로 최용덕 시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시의원을 자르자”는 최 시장의 막말이 입에서 거칠게 쏟아져 나온 뒤 한달 보름이 넘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의회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 시장은 지난 7월23일 의회가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사업시행 협약 및 의무부담 동의안’을 부결하자, 다음 날 해당 지역인 상패동 지주들과 만나 “시민들은 의원들을 때리든가 해서 재심의를 요구하라. 재심의하지 않으면 의원 2명을 잘라야 한다. 그럼 민주당 3명하고 나머지 2명 남으면 3:2로 이길 수 있다. 의원 자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협박성 막말을 뱉어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9월11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9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이용해 최 시장에게 “의회 경시와 일방독주 행정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붕괴되면서 히틀러가 집권했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의 과도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주요한 배경으로 거론된다”며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대다수 민주국가들은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직접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를 보충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의회가 기능하고 있는 한, 모든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은 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의 근본 가치”라고 재강조했다.
박 의원은 “최 시장은 그동안 의회가 다른 의견을 밝히면 주민들과 직접 만났다”며 “본인 생각만 무조건 옳다는 신념은 매우 위험한 독선이다. 의회가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도 없이 의회를 제치고 직접 주민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은 더욱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작년 중앙동 수영장 설계용역비 전액 삭감과 지난 7월 상패동 국가산업단지 LH 협약안 부결 당시 주민들을 불러 의회를 비난하며 본인의 생각만을 전달했다”고 밝힌 뒤 “그 과정에서 빚어진 최 시장의 아주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불쾌해 했다. 상패동 지주들 앞에서 “시의원들을 잘라야 한다”고 한 막말을 지목한 것이다.
박 의원은 “우리 의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다. 반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되짚어보고 의회 의견을 반영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바른 길이며 그것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이라며 “시가 발전하고 시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의회와 시장이 똑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을 보더라도 대의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서는 의회가 먼저이며, 의회-집행부 병립적 권력구조에서도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행정부는 국회 다음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면서 “소요산 카라반 사업은 의회 승인이 있기도 전에 사업자 모집공고를 냈고, 국가산단 LH 협약안도 의회 승인 전에 자료를 LH에 보내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를 진행했다. 이는 명백히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덧붙여 최 시장에게 ▲추진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소통 및 의회 의결·승인 후 행정절차 진행 ▲의회 승인의 기초가 되는 제출 자료의 정확도를 높일 것 ▲시민의 목소리인 의원 5분발언에서 나온 정책제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리더십은 소통과 설득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그 힘이 발휘된다. 엑셀만 있는 자동차는 생각할 수 없다”며 “소통과 설득이 결여된 일방독주 행정은 마찰과 충돌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시간과 행정력 낭비는 결국 시민의 불편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태산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 깊음을 이루었다’는 말이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하는 이들도 너그럽게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깊고 넓은 마음가짐은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며 “최 시장은 보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