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벌써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올해 있었던 많은 일이 잠깐 뇌리를 스치기도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생각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처럼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추석 명절이 언제나 기다려지고 설레는 건 변함이 없다.
추석에는 으레 맛있는 송편과 여러 음식을 준비해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문제 등으로 이러한 행사나 각종 모임이 많이 축소되거나 생략될 것이다.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께 명절 선물 등을 건네며 서로의 ‘정’을 느끼고 소외된 이웃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온정을 베푸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지만 혹여 선거와 관련해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어 자칫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 악몽이 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기부행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선한 의미의 기부와는 다른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가 없는 순수 기부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상시로 금지된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뿐만 아니라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 언론매체를 통해 여러 번 보도된 바와 같이 정치인들이 ‘정’이라는 핑계로 명절 연휴기간에 공식행사나 사적 모임 등 행사를 기화로 명절 선물을 빙자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우들이 많았고, 이는 곧 불법정치자금 기부나 수수행위가 되어 시장이나 의원들의 직이 박탈된 경우도 있었다.
선거와 관련해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받으면 해당 음식물, 물품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되며 최고 3천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으니 명절 분위기에 휩쓸려 정치인이 기부행위를 하거나, 유권자가 그 기부를 받아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정치인이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뿌리칠 수 있는 올바른 정치적 신념과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일상 속에서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정치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나 수재 등으로 힘든 현 상황에서도 임대인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감면해주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기운으로 이번 추석에는 불법적인 기부행위는 근절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해 따뜻하고 훈훈한 기부문화는 더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