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던 날, 눈앞에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장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체인지’를 내세웠던 오바마 당선자처럼 노무현 대통령도 변화를 내포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변화라는 구호는 2002년 한국의 대선에서나 2008년 미국의 대선에서나 모두 그 시대를 꿰뚫은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변화라는 부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리더가 되면, 무엇이든 변화는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비단, 국가의 대통령뿐 아니라, 작은 사회단체, 학급의 반장까지도 새롭게 선출되고 나면 변화는 찾아옵니다. 변화라는 것은 어느 누가 리더가 되든 일어나게 되어 있는 공통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바마 후보가 내세웠던 '체인지'라는 말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도 아닌데 왜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었을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진보적인 즉, 발전적인 변화가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향한 진보적인 변화.
과거로 후퇴하는 퇴행적인 변화가 예고되었다면 오바마는 당선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바마라는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자체가 이미 진보적인 변화의 상징이었고, 그가 내세운 비전이 진보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통합
물론,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고 많은 날들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저는 오바마 당선자의 계속되는 행보를 보며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힐러리를 새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내정하였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그것도 막강한 권한 요구를 수용해 가면서까지.
대선에서는 변화를, 대선 승리 이후에는 통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행보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한 신문의 지면에 링컨이라는 책을 손에 꼭 쥐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의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링컨에 대한 책을 직접 쓸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쉽지만 링컨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국민통합을 이루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이루어놓은 남북관계는 파탄에 이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발표된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 남북철도 운행 불허, 개성공단 인원 철수 방침은 지난 10년 뿐 아니라, 분단 후 60여 년 우여곡절을 거치며 정말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결과입니다. 새정부 출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정말 빠른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쌓아올린 민주주의, 남북관계, 사회적 투명성, 시민의 권리, 권력기관의 독립 등의 성과가 빠르게 해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쉽게 무너질 성과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바라마지 않았던 경제회복과 진보적인 변화가 아닌, IMF 경제위기와 구시대로의 퇴행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가 통합의 리더십을 전세계인에게 보여주는 동안, 한국사회는 분열과 역편가르기가 진행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현정부와 이전 정부, 부자와 서민, 수도권과 지방, 여당과 야당, 여당 내의 불협화음,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인과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국민의 정부불신. 어느 곳 하나 통합이라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는 분위기가 한국사회를 지배해가고 있습니다.
IMF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합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적과 아군을 나눠봐야 가라앉으면 결국 다 죽는 것입니다. 위기일수록 통합의 리더십은 더욱 절실하고, 빛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2008. 11. 24 문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