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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금지된 낚시행위.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관계당국은 이미 상수원 보호를 포기한지 오래다. |
동생이 고향에서 집 짓고 살고 싶어도 안되요. 결혼한 아들 녀석에게 방을 하나 내어주고 싶은데 이것도 불가능하죠. 벌써 20년째입니다.”
고양정수장이 취수량 부족 및 수질악화, 팔당상수원 공급 등의 이유로 지난 2000년 5월 가동이 중단됐으나 환경부, 경기도, 고양시 등 관계 당국의 심각한 복지부동으로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삼상리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전혀 불필요한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각종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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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이 슬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고양정수장 취수시설. 수년째 방치되고 있으나 환경부와 경기도는 아직도 삼하리 등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
삼하리 2.35㎢, 삼상리 0.36㎢, 고양시 1.62㎢ 등 4.33㎢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1983년 12월26일. 이로부터 20여년이 넘게 삼하리 244세대 700여명, 삼상리 37세대 80여명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외지인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원주민도 살던 곳에 30평까지만 신축이 가능해요. 증·개축은 상상도 못하죠.”
“옛날에는 곡릉천을 철조망으로 막아 접근을 막았어요. 가끔 논에서 일하고 나와 발이라도 씻으려면 공무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난리를 쳤어요. 무서운 시절이었죠.” 주민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2000년 고양정수장을 폐쇄한 뒤로 환경부와 고양시 등 관계 당국은 서슬퍼런 단속행위를 포기했다. 여름에는 인파가 몰려 물놀이를 하고, 사시사철 낚시를 해도 그만이다. 다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산권 규제만 일삼고 있다. 또 곡릉천 상류지역은 장흥국민관광지와 송추유원지, 일영유원지, 화훼농가 등이 형성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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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물 수질 검사기관으로 기능을 바꾼 고양정수장.용도가 폐기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고양정수장은 1983년 지하수를 사용하던 고양시 오금동 주민들을 위해 하루 1만5천톤을 취수하려고 만든 시설이었으나 지난 1998년과 99년 수해 당시 연속적으로 완전 침수를 면치 못한 뒤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갈수기 때에는 수량이 부족해 취수가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43만3천톤이나 되는 광역상수도가 2000년부터 공급되면서 고양정수장은 쓸모가 없어졌다. 말 그대로 골치덩어리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고양시도 2001년 8월24일 환경부에 정수장 폐지 허가신청을 접수했으나 10월13일 허가신청 반려통보를 받았다. 수도정비기본계획상 비상급수원으로 활용계획이 수립되어 있어 이에 대한 변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현재 고양정수장은 고철상으로 전락된 채 주민들의 원성만 사고 있다. 각 시설들은 문이 굳게 잠긴 채 방치되고 있었으며, 정수시설들은 침수 이후 관리되지 않아 녹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와 관련 고양시 상수도사업소 담당자는 “매년 10억원 가까운 유지관리비가 들고 있다”며 “정수장을 폐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담당자도 “고양시가 커져 이미 비상급수로서의 효율을 잃었다”며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이 고양시로부터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수원관리규칙 제4조 보호구역의 지정기준 1항에 따르면 ‘취수시설이 설치되어 있거나 설치될 예정인 지역중에서 이를 지정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취수시설인 고양정수장이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상수원보호구역은 해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같은 공무원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삼하리 이종호씨는 “그동안 고양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서로 ‘우리 권한이 아니다’라면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을 때는 자기들 맘대로 하고, 풀 때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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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물쇠로 문이 굳게 닫힌 고양정수장 염소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우스꽝스럽다. 삼하리 이종호씨가 자물쇠를 들어보이고 있다. |
실제로 주민들은 97년 6월25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요구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 12월15일 주민간담회, 올 3월29일 감사원, 환경부, 경기도, 고양시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10여년째 민원을 제기해왔으나,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제출된 탄원서는 일괄적으로 고양시로 넘겨진 상태다.
이에 분개한 주민 500여명은 다시 지난 11월 해제요구 서명서와 진정서를 국무총리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접수시켰다.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 조사관 2명이 이달 7일 고양정수장을 방문해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돌아갔다. 조만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도 현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달 20일에는 삼하리 정순호 이장과 이종호씨, 고양시 주민들이 고양시의회 등을 찾아가 고통을 호소했다.
정순호 이장은 “고양정수장에서 토끼나 기르고, 배구장 만들어 휴식을 취하는 등 국가적인 피해가 심각하다”며 “조만간 정수장이 폐지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돼 주민들의 수십년 고통이 해소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민 규제법 중 최고 악법은 수도법”
정순호 이장은 “그동안의 주민피해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미 기능을 상실한 고양정수장과 이 때문에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은 해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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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정순호 이장 |
-피해가 어느 정도였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2년동안 우리는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고양시 주민들이 사용하는 상수도 사용량의 1%도 안되는 물량 취수를 위해 양주시 주민 800여명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상수원보호구역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제발 숨쉬고 살았으면 한다.
-고양정수장은 완전히 폐쇄돼 사용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수장에서 토끼를 기르고, 족구장과 배구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삼하리 주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상당한 손해다. 고양시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적자관리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최근 고양정수장 폐쇄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다. 결과가 좋게 나올 것이다. 우리 지역에 묶여 있는 군사시설보호법, 그린벨트법, 수도법 중 가장 악법이 수도법이다. 이제는 숨을 쉬게 해달라. 환경부 등 공무원들이 탁상공론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수장 인가 곧 폐지될 것”
고양시 상수도사업소 김기철 업무담당
김기철 업무담당은 20일 “우리는 권한이 없지만, 고양정수장이 폐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12월중 우리시 도시건설위원회에서 고양시 수도재정비기본계획 및 물수요관리종합계획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환경부에 고양정수장 폐지승인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역결과는 고양정수장 폐지가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0년 정수장 폐쇄 뒤 매년 10억에 가까운 유지관리비가 발생되고 있다”면서 “갈수기 때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등 폐지승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긍정 검토”
환경부 수도정책과 정이재 팀장
정이재 팀장은 20일 “수도정비기본계획에 고양정수장이 비상급수시설로 되어 있지만, 현재 고양시가 너무 커져 급수량이 1%도 안되는 등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고양시로부터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이 들어오면 가급적 정수장 폐지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수원보호구역은 경기도지사가 지정하거나 해제할 권한이 있다”면서 “경기도지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 인가가 폐지되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같이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