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북쪽 방향 눈길 국도를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다 보면 ‘끌랴지마’라는 지방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Russia KOSTA가 열려 강사로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러시아 부호들의 별장이 드문드문 자리잡은 드넓은 호숫가는 꽝꽝 얼어붙어 있어 아침 조깅 코스로는 최고였지만 더욱 나를 사로잡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이었다.
백옥같이 흰 수피에 검은 점들이 박혀있는 자작나무 숲은 너무나 울창했다. 계속 내려 쌓인 흰 눈과 대비되는 검은 숲속은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뛰어나올 듯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치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본 달리는 기차의 창가에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의 파노라마가 연상되며 뇌리 속에는 닥터 지바고의 OST로 수없이 들었던 ‘Somewhere my love’의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벌써 꽤 오래 전 일이지만 당시 자작나무와 그 숲은 나의 가슴 속에 각인되어 멋진 추억의 한 단면을 이루고 있다. 그 후 우리나라에도 홍천과 인제에 자작나무숲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국립수목원이나 광릉숲에서 자작나무를 보면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러시아의 울창한 자작나무숲과 비교되면서 아쉬운 마음도 들게 된다.
자작나무의 명칭은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자작나무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기도 하며 핀란드 사람들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눈 내린 호숫가에서 사우나를 한 후 자작나무로 몸을 두들기는 자연치유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이 자작나무에서 자란 차가버섯을 많이 수출하는데 항암효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껍질은 10장에서 12장 정도 겹겹이 붙어 있어 잘 벗기면 한 장씩 하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이를 벗겨 명함도 만들고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며 주고받는 편지의 낭만적인 풍습도 있다고 한다.
자작나무 껍질은 방부 성분이 강한 정유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 ‘천마도’는 자작나무 수피를 여러 장 겹친 후 그 위에 그렸다고 하며 팔만대장경도 이 자작나무에 글자를 새긴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도 자작나무 껍질에 부처님을 그리거나 불경을 새겨 후세에 전달할 수 있었고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자작나무 껍질에 짙게 배어있는 베툴린(betuline)이라는 정유물질은 불에 잘 타면서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젖은 나무로도 불을 피울 수 있다. 등산길이나 숲속 야영할 때 비에 젖은 나무 중 모닥불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자작나무가 유일하다.
보통 결혼할 때 ‘축 화혼(華婚)’이라고 하고 결혼식을 ‘화촉(華燭)을 밝히다’로 표현하는데 이 화(華)는 자작나무 화(樺)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전기가 없던 시절 촛불 대신 자작나무 껍질의 정유로 불을 붙여 화촉을 밝혔으며 이 자작나무 껍질로 불을 밝히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뜻이 담겨있다.
자작나무는 재질이 강하며 방수성이 우수하여 북미 원주민들이 카누 배를 만드는데 사용하였고 교량과 마차바퀴로도 이용하였다.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 잎에서 자일리톨이라는 정유 성분을 추출하여 껌에 들어가는 감미료로 이용하는데 치아가 썩지 않고 몸에 좋은 껌으로 인식되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백화피(白樺皮)나 화피(樺皮)로 부르고 황달, 신장염, 폐결핵 등에 각종 약재로 이용해 왔으며 특히 이뇨작용, 해독작용, 염증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작나무 숯은 설사에도 효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작나무에서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할 수 있으며 옛날에 유럽에서는 직경 50㎝의 자작나무에서 매일 10리터의 수액을 채취한 기록도 있다.
유럽에서는 자작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식품, 음료, 화장품 원료로 개발도 하고 자작나무 수액 맥주도 만들어 마시고 있다. 독일의 화장품 회사들은 핀란드에서 자작나무 수액을 수입하여 자작나무 샴푸, 목욕용품의 원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자작나무를 이용해 팔찌나 모자, 장신구 등의 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시대가 지나면서 자작이란 이름 때문에 자작나무는 억울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자신이 쓴 글에 댓글을 달 때 다른 사람인 척하며 자화자찬의 글을 남기는 자작극을 보거나 지인을 동원한 과도한 칭찬의 글을 보면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다. 또는 교묘한 합성사진을 실물처럼 속이려 할 때 ‘자작나무 광합성’이라고 비난한다.
멋진 나무, 효용성이 좋은 나무인 자작나무가 자작이란 이름 때문에 억울하게 안 좋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살다보면 억울하게 비난을 받거나 누명을 쓰는 일이 종종 있을 수 있다. 이럴 땐 자작나무를 생각하며 그냥 웃어버리자. 허허~ 웃다보면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테니까.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