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쓴소리 견디기 어려웠나
이명박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인력과 조직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권위 무력화’ 움직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구세력은 인권위의 결정이나 인권위 위원들의 과거 경력 등을 거론하면서 인권위에 흠집내기를 지속해왔다. 인권위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기 위해 수구언론이 기사를 무기로 휘두르기도 했다. 청와대와 수구세력의 연합작전이 지금까지 입체적으로 전개된 끝에 이번에 행안부가 인권위에 칼을 들이대는 작업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인권위 인력을 지금보다 49% 줄이고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는 검토안을 인권위에 통보했다. 정부는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실무진이 검토한 단계”라고 설명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수구세력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인권위를 반토막내려는 수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권은 특히 인권위가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 진압과정에서 반인권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고위관리들이 직접 나서서 비판하는 등 노골적인 적대감을 인권위에 표시해왔다.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에 대한 것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권리와 자유는 광범위하다. 인권에는 정치적 자유는 물론 생존하면서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포함된다. 또한 표현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자유, 사회, 문화, 경제적 권리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문화 행동에 참여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적당한 일 자리를 보장받으며 정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이 다 포함된다. 인권에는 시민의 일원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모든 권리가 다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앞세워 인권의 범위를 축소하고 왜곡하려 이런 저런 논리를 둘러댄다.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세계 최첨단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수구세력의 도마에 오름으로써 현 정권의 반인권, 반개혁적 공세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언론관련법 개악,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 억제, 역사에 묻힌 인권탄압을 바로잡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만들어진 과거사위 등의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현 정권은 이들 위원회를 통폐합 하려 한다.
청와대는 선진화 구호를 앞세워 정책을 추진하지만 모든 시민의 인권보다 부자, 수구세력, 검찰, 경찰, 공무원의 인권을 더 우선시하는 쪽으로 법을 집행하고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 현 정권은 언론의 자유를 대자본의 손에 넘겨주려 하고 있으며 부자만의 세상을 만들려 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 정권에서 임용된 공공기관 임직원의 법정 임기를 보장하기는커녕, 갖가지 추악한 압력을 가해 강제로 밀어내는 반인권적 행태를 도처에서 자행하고 있다.
현 정권이 벌이는 민주주의와 역사를 후퇴시키는 행태에 대해 행정부처, 검찰, 경찰 등이 앞장서 칼을 휘두루는 역할을 보여줘 이 나라 권력 핵심부가 얼마나 추악하게 비민주적으로 오염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행정조직의 국민에 대한 적대행위는 교육 당국이 공공연하게 4·19혁명을 ‘데모’로 폄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의 묵인 또는 적극적 지침에 의해 벌어지는 반인권, 반개혁적 조치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시민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집권 이후 국제 경제 상황을 오판해 성장위주 대책을 추진하다 금융위기를 맞아 허둥대고 있다. 그는 국민들을 심각한 경제난 속에 밀어넣음으로써 국민의 ‘경제적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그는 크고 작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독선과 오만으로 깔아뭉개 국민의 ‘정치적 인권’을 짓밟고 있다. 그와 그의 추종세력들은 대운하 논란이 여전한데도 새해 예산처리 등에서 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태도를 벌임으로써 국민의 ‘정서적 인권’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내년 경제난이 심각할 것이 자명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판 마련 등에 소극적이고 자본을 살리려는 대책에 치중함으로써 ‘서민 생존권에 대한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이 모든 정책에 최우선적 고려 사항이라는 기본을 익혀야 한다. 이런 자세가 선진으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다. 현 정권이 집권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크고 작은 정책과 시책에는 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기본적 이유다. 청와대는 더 늦기 전에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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