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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이 말하는 ‘최소한의 사랑’도 어려운 시절이다
이강석 작가의 인문여행칼럼
  2021-02-17 17:09:30 입력

‘최소한을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데 왜 우리는 최대한의 욕망에 휘둘려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

전경린의 10번째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2012)은 이렇게 작가의 말로 시작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선이 지켜졌을 때 우리의 평화는 유지될 수 있음을 작가는 제목에서부터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의 사랑>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배다른 여동생인 유란을 찾아가는 희수의 여정을 그려낸다. 그 여정은 죽음을 앞둔 새엄마의 부탁으로 시작되었지만, 어린 시절 유기하다시피한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동생은 못 만났지만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얻는 것으로 귀결된다.

엄마의 부재로 죽음이 확인되고 새엄마의 존재로 엄마의 죽음이 매일매일 학습되던 어린 시절, 유란을 내침으로써 아버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기심이 유란을 평생 상처 속에 살게 했다는 걸 희수는 뒤늦게 깨닫는다. 아니 어쩌면 유란을 버리는 시점부터 희수의 고통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희수는 유란이 없는 빈 집에 살면서 동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한다. 손 쉽게 잘못했다고 표현하는 ‘말’을 택하기보다 기다림이라는 ‘행동’을 통해 속죄와 용서를 구한다.

이 대목에서 질투로 언니와 언니의 사랑하는 사람을 갈라놓은 자신의 행위를 속죄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쓰는 동생을 그려낸 영화 <어톤먼트>가 떠올려진다. 이 소설 속 희수나 <어톤먼트>의 여동생 브라이오니는 ‘최소한의 사랑’의 부족을 발견하고 뒤늦게나마 새로운 삶의 행로를 찾아간다.
 
희수가 신생(新生)을 얻은 공간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결핍되고 박탈된 공간인 접경지역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오히려 희수가 신생과 해방을 얻는 것은 이 곳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의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서다.

‘난마처럼 얽히는 이 많은 고통과 상처가 실은, 가장 최소한의 것을 지키지 못해 생기거든요. 자신 속에서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small이라는 글자에는 all이 들어 있다. ‘작은 것이 모든 것이다’라는 뜻을 이보다 더 짧게 함축할 수 없다. 최소한의 예의, 최소한의 배려, 최소한의 관심, 최소한의 사랑이 삶의 전부다.

전경린 작가는 실제로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5년을 살았다고 한다. 파주에 살면서 경험한 사람들과의 교유를 통해 작가 자신도 많은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았으리라.

철책 앞에서 중무장한 군인들이 바라보는 긴장감 도는 북한과 달리 노을 비치는 임진강 너머 평화로운 북한을 늘 바라보는 주민들에게 접경지역은 자신들의 소외와 닮은 심리적 공간을 스스로 해결한 곳이기도 하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막의 달>로 전경린이 등단했을 때 그녀의 이름이 화인(火印)처럼 강렬하게 내게 다가왔다. 불꽃처럼 살다 짧은 생을 마감한 전혜린과 식민과 독재의 먹구름이 드리운 암울한 시대를 전통이 아닌 모더니티로 노래한 김경린이 겹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후 전경린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섬세한 문장과 강렬한 묘사로 삶과 사랑의 양면성을 그려내어 나의 주목을 끌었다. 어느 독자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음과 같이 토로하기도 했다.

‘그녀의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내 일생일대의 거대한 사랑이 끝난 것 마냥 마음마저 황황해진다.’

전경린의 본명은 안애금이다. 영화 <밀애>의 원작이기도 한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정념이 강렬히 표현된 가장 ‘전경린적인’ 소설이라면, <최소한의 사랑>은 삶의 연륜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안애금적인’ 소설이다. 최근작 <이중연인>(2019) 이후 안애금적인 소설을 더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소설 <최소한의 사랑>에서 한 문장을 고르라면 다음 글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내게 진짜 단추는 당신이었어.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은 여며지지 않아.’

2021-02-17 17:17:34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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