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은 많은 기념일이 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해서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18일 성년의 날 등 매주 기념일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5월 10일이 어떤 날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인 1948년 5월 10일에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의 원칙에 의한 우리나라 최초의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이 선거를 통해 우리는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국민의 뜻이 담긴 헌법을 제정하였으며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민주적 선거의 실시를 통해 이 땅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념하고자 지난 2012년부터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정하였으며 올해로 10번째 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유권자의 날과 유사한 기념일과 행사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1982년부터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이라 하여 알메달렌 공원에서 매년 7월 첫째 주에 개최되는 행사가 있다. 스웨덴의 정당, 이익단체, 언론, 학계, 시민단체, 일반 시민이 모여 스웨덴과 세계의 주요 사안에 관한 정견발표와 세미나를 겸하는 정치토론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선거인의 날(National Voters’ Day)이 있는데, 인도 선거위원회의 창립기념일인 1월 25일을 ‘선거인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최초로 선거권을 부여받는 유권자와 각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선거 참여의 중요성 인식 제고를 위한 전국적인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민주 정치주간 기념행사(Democracy Week)로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지방의회의 의사결정 절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치과정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고, 영국 선거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전국적으로 각급 학교와 지방의회에서 매년 10월 1주일간 모의의회, 의회 역할극, 학생정책제안공모, 정책질의응답, 민주 정치 컴퓨터게임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권자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들에도 각각의 역사적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본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아래서 말하는 두 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많은 국민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세계사적으로 선거권은 누구나 누릴 수는 없었던 ‘특별한 권리’였다. 프랑스의 경우 부자나 귀족 같은 소수에게만 주어졌던 선거권을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서 시민들이 쟁취하였으며, 영국에서는 1928년에서야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고, 미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수많은 흑인들이 투쟁을 한 결과 비로소 1965년 흑인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별개로 광복과 함께 선거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선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과거엔 고무신, 막걸리 등에 자신의 한 표를 팔아넘기기도 했다.
이후 국민들의 각성과 열망으로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그 결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는 또다시 국민들의 정치불신 내지는 정치혐오로 투표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주권의 가장 중요한 실현과정인 선거와 투표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유권자의 권한과 책임 등에 관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조명함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 바로 유권자의 날을 기념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특별한 권리’인 선거권을 적극 행사할 때만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더욱 공고히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와 올바른 선택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아름답게 꽃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