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착각은 자유’라고 한다. 특히 정치인의 착각은 자신의 몰락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마저도 해칠 수 있다. 광해군 시절 광해군의 착각을 상기해보자. 조선 역사상 ‘조’와 ‘종’이 아닌 ‘군’으로 기록된 왕은 연산군과 광해군 둘뿐이다.
연산군은 패륜의 극치로서 역사에 오명을 남겨 재론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지만, 광해군은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최근 들어 대동법 시행과 중립외교 등으로 후한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계축옥사와 같은 옥사의 남발로 수많은 조선의 인재들을 희생시켰다. 특히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죽음과 서모 인목대비의 폐위 등 씻을 수 없는 과오도 남겼다.
폭군의 배후에는 간신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광해군에게도 이이첨과 같은 대북파가 있었다. 이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영창대군을 지지했던 소북파를 숙청했다. 이이첨은 광해군의 총애를 등에 업고 전횡을 저지르며 광란의 칼을 마구 휘둘렀다.
광해군은 대동법 시행으로 기득권 세력의 경제적 기반을 제거하고자 했지만 이이첨과 같은 신흥 기득권 세력의 출현을 눈감아줬다. 하루를 멀다 하고 잦은 옥사로 죽어 나가는 아까운 희생자들이 넘쳐났다.
광해군은 신속한 전후복구와 대동법으로 민심을 얻었다고 착각했지만 백성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 민심은 냉정했다. 특히 영창대군 죽음과 인목대비 폐위는 민심을 완전히 돌아 세우는 패착이었다. 결국 서인이 민심을 등에 업고 봉기했다. 인조반정이 일어났고, 광해군은 폐주가 됐고, 이이첨과 김자점 같은 간신들은 처형됐다.
4.7 보궐선거는 정권심판론이 지배해 야권이 대승했다. 민심이 국민의힘을 이뻐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 조국, 윤미향, 추미애 등 내로남불 의혹의 포로가 된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했다.
하지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승리감에 도취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오랜만에 선거에서 승리하니까 정신줄을 완전히 놓은 듯하다. 민심은 ‘너희가 이쁘지 않은 데 워낙 현 정부가 하는 꼴이 보기 싫다’고 예방주사를 좀 세게 놓아준 것뿐이다. 민심에 대한 착각은 자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