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선(減膳), 철악(徹樂), 정조(停朝) 등은 나라에 재난이나 국상(國喪)이 있을 때 임금이나 관리들이 몸가짐을 조심하던 관행을 말한다.
먼저 감선을 보자. 이는 나라에 재이(災異)가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하는 것으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감하던 일이다. 철악은 나라에 재이가 있거나 국상이 있을 때 음악(音樂)을 철폐했다.
정조는 국상이나 원로 대신이 죽었을 때 또는 큰 재변(災變)이 있을 때에 조회(朝會)를 보지 아니하던 관습이다. 조선의 법도는 국가에 불행한 일이 있으면 국정회의도 잠시 중단할 정도로 근신하곤 했다.
조선 태종은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벌을 내리곤 했다. <태종실록> 태종 8년 7월26일 기사 ‘국상 중에 주연을 벌인 대호군 조정을 파직하다’라는 내용을 보면 “대호군(大護軍) 조정(趙定)을 파직(罷職)시켰다. 조정이 국상을 당하여 술과 고기를 싸 가지고 회음(會飮)하였으므로 헌부(憲府)에서 그 죄를 논(論)했기 때문이었다”고 기록했다.
<태종실록> 태종 10년 4월2일 무술 기사를 보면 아직도 정신 나간 관리가 인생을 종친 사례가 나온다. “국상이 난지 3년 안인데 기생을 불러 놓고 관청 안에서 술을 마신 호조 정랑 허반석 등을 파직시키다”라고 기록했다.
내용인즉, 호조 정랑 허반석·유근, 좌랑 김희·이문간·이명보 등을 파직했다. 이들은 국상 중 3년 안인데도 창기(娼妓)를 불러 공해에서 회음한 죄를 범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현대사의 비극이다. 신군부의 정권 찬탈에 항거한 광주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짓밟아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한 국상에 준하는 비극이다.
매년 5월18일이 되면 광주를 비롯한 전국은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경건한 애도의 뜻을 전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다짐한다. 만약 이날 흥청망청 술 먹고 춤추는 추태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면 태종이 환생해서 어떤 처벌을 내릴까 매우 궁금하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