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법원 앞에서 살을 에이는 추위와 싸우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이종임씨 사건은 실로 우리나라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다시 한번 자문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이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하기에는 법원의 처세가 애매하다. 이씨가 변론재개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3일째에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한 3심제도가 힘 없고 돈 없는 이들에게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종임씨 주장에 따르면 고등법원 판사가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 건설회사 및 브로커와 1억원에 합의를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 법과 사건개요를 충분히 살펴보면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판결을 내려야 할 판사가 사건 합의를 종용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것도 약자의 편이 아니라 건설회사와 브로커의 편에 서서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실로 썩은 조직과 다름없다.
최근 인혁당-민청학련 재건위 사건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른바 사법살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법원이 이제는 권력보다는 돈에 휘둘려 약자를 핍박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몫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민을 보호하라고 법을 만들고,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법원을 만들었으나, 법은 이제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종임씨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이번 사건을 지켜본 이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판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법개혁은 시급히 앞당겨야 할 과제다. 법원이 스스로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