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철이다. 한 낮의 기온이 어느덧 30도를 훨씬 웃돌고 있다. 뉴스에서는 온열 질환을 걱정하는 기사가 나온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뜨거운 열기에 안전모 썼다 벗기를 반복하며 점검을 이어가게 된다. 역시 뜨거운 여름철에는 안전모 착용은 도전이 된다.
건설현장에 도착하면 현장소장부터 찾게 된다. 다수의 현장소장들이 안전모 미착용으로 우리 노동안전지킴이들을 맞이하게 된다. 모범이 되어야 할 현장소장부터 안전모를 미착용하기에 현장에 계신 작업자들에게 안전모 착용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럴 때마다 “안전모 부탁드립니다”라고 권유하게 된다.
한 현장을 바라볼 때 한 분만 안전모를 쓰고 다른 분은 안 쓰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장 사람들이 안전모를 썼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다 안전모를 착용한다. 하지만 안전모를 안 쓴 현장은 거의 현장 작업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점은 현장관리자의 안전의식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현장관리자가 어떤 안전의식을 갖고 어떻게 교육했는가에 따라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 달라지고 작업환경이 달라진다. 이러한 불안전한 현장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닐 것이다.
오래전부터 안전모 미착용 상태로 작업하거나 2m 이상의 고소 작업대에서 작업하지만 안전대 착용은 물론 안전블록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현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어떠한가? 방호망, 방호선반 하나 제대로 갖춰놓고 작업하는 곳이 없다. 이런 현장에서 위에서 떨어지는 공도구나 자재들을 피할 수 있을까? 추락사고 외에도 낙하나 비래로 인한 사고로 많은 작업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경제성을 내세우기보다 방호선반을, 공기단축보다 방호망 하나를 제대로 설치하고 작업하는 것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느끼는 위험요소는 또 있다. 둥근톱을 사용한 절단과 용접작업이다. 둥근톱 사용시 불꽃이 발생하여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화재에 민감한 자재와 산소통, 기타 유류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불꽃비산방지포나 불꽃방지망과 같은 화재예방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화재를 감시해야 하는 화재감시자가 본연의 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음에도 다른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형식에 치우친 안전이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 이런 현장을 볼 때마다 위험요소에 관해 지적보다는 조언과 보완요청을 통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리게 된다.
소규모 50억원 이하 사업장을 다니면서 건설현장은 긴 마라톤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라톤선수는 42.195㎞를 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사실 혼자 달리는 법은 없다.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출발선에 서면 그 옆에는 항시 페이스메이커가 존재한다.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마라토너 옆에서 처음에 길을 인도하고 중간중간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달리며 페이스 조절을 돕는 것이다. 평소에는 함께 달리면서 경쟁자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마라토너가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여 완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우리 노동안전지킴이의 역할이 그러하다. 건설현장이 안전하게 완공되기까지 위험요소를 찾고 조언하고 요청하고 그러고도 변화가 없을시 2~3차 재방문을 통해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것, 아니 현장관리자와 작업자들의 작은 인식변화로 인해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페이스메이커가 마라톤에서 우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의 현장방문과 조언과 격려가 작업현장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안전모 미착용 옥상 작업.
신호수 없는 크레인 작업.
*‘경기도 2021년 노동안전지킴이’ 수행기관인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031-859-4847, 070-4543-0349)는 ‘경기북동부권역(가평군,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정부시, 포천시)’을 담당하고 있음. 경기북동부권역 중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현장 등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산재예방 강화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