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갑·강세창 의원 주도 “필요해서 살렸다”

안계철 의장 체제의 의정부시의회가 ‘허수아비’ 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의회가 의정부시의 2009년도 예산안 8천480억 6천61만원을 심의하면서 해당 상임위원회가 삭감 조정한 내역을 상당부분 시 원안대로 복원하고, 게다가 공무원들의 ‘판공비’까지 부활시키는 등 ‘친 의정부시’ 색깔을 강하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의 행정 및 예산낭비를 감시해야 할 의회는 지난해 12월2일부터 10일까지 각 상임위를 열어 200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기획·복지위원회(위원장 김효열)는 시책업무추진비, 기념품 구입비, 중앙로 문화의거리 행사 등 소모성 경비 26억 9천677만원을 예산절감 및 사업불필요 등의 이유로 삭감했다.

도시·건설위원회(위원장 강세창)도 시책업무추진비, 불법노점상 정비, 하천내 불법행위 단속, 중앙로 시민광장 조성사업 등 63억 9천58만원을 예산편성 타당성 미흡 등의 이유를 들어 삭감했다.

운영위원회(위원장 안정자) 500만원까지 합치면 91억원 가량(예산안의 1.07%)이 삭감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상임위 심사내용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시갑)로 넘어가면서 발생했다.

예결위는 12월12일부터 16일까지 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가 삭감한 상당부분의 예산을 부활시켰다. 예결위가 최종 삭감한 예산은 27억 3천858만원(예산안의 0.32%). 기획·복지위 소관사업 8억4천여만원, 도시·건설위 소관사업 18억9천700여만원으로 삭감액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상임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그냥 예결위만 운영하면 될 것”이라고 뒤틀린 심사를 표출했다.

▲ 의정부시의회 김시갑, 강세창 의원.

이와 관련 예결위원장인 김시갑 의원과 예결위원인 강세창 의원이 삭감 예산 부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도시·건설위원회 소속이었으면서도 본인들이 심사하여 삭감한 44억9천여만원을 부활시키는 등 ‘이율배반적’ 판단을 한 셈이다.

예결위는 콘도회원권 구입비 3억500만원, 하수처리 홍보영상물 제작비 5천만원, 각종 간담회 및 축제예산 등 현 경제위기 시점에서 불가피성이 의심되는 예산들까지 마구잡이로 살렸다.

특히 각 상임위가 경기침체 때문에 시장 및 국장, 실과소장 등이 돌려 사용하는 시책사업추진비, 이른바 판공비를 20%씩 일괄적으로 삭감했으나 예결위가 이를 뒤집고 국장급 배분 몫만 10% 삭감하고 나머지는 원안 보전시키는 등 예산절감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의 ‘딸랑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시책사업추진비는 총액 개념으로 세워 각 실과소별로 배분만 해놓았을 뿐 시장과 부시장 등이 예산범위 내에서 모두 쓸 수도 있고 상당액이 회식비, 경조사비 등에 지출돼 ‘눈먼 돈’으로 불린다. 올해 확정된 시책사업추진비는 총 5억9천340만원이나 된다.

이에 대해 강세창 의원은 “예산삭감이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며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공무원 10년 생활로 판공비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시갑 의원은 “의회 의장단도 10% 삭감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시책사업추진비 삭감비율을 맞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결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또 “상임위, 특히 기획·복지위가 시간이 없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삭감한 내용들도 있었다”며 “우리 예결위는 공무원들을 2번씩이나 불러 자료를 받고 설명을 들으며 타당성을 검토했다”고 밝히는 등 에둘러 ‘상임위가 졸속심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은 “사업성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술먹고 밥먹는데 주로 쓰는 판공비까지 되살려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효열 기획·복지위원장은 “김 의원이 거론한 내용은 복지관 운영비 1억여원 단 한 건”이라고 반박했다.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예산을 삭감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원안을 보전해줬다”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한마디로 우스운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정부 정가에서는 김시갑·강세창 의원이 안계철 의장을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의회 실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