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옛말이 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공직자의 처세술로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중국 당나라에는 누사덕이란 공직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의 동생이 지방관으로 부임하려고 하자 집으로 불렀다. 그는 동생에게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만큼 남의 시샘이 예상되니 시샘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처신하는 좋겠냐고 물었다.
이에 동생은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겠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사람을 응대하면서 결코 형님에게 걱정이나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누사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내가 염려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네게 침을 뱉는다면 그것은 네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침을 닦아버린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돼 그는 틀림없이 더 크게 화를 내게 될 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르게 되니, 그런 때는 웃으며 그냥 침을 받아 두는 게 제일이다”고 답했다. 즉 타면자건(唾面自乾)이 무례에 대한 최선의 방책임을 일깨운 셈이다.
요즘 일부 공직자들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솔직한 해명보다 법적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직자는 의혹이 제기되면 우선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해봐야 한다. 이 시대의 지성 진중권 교수도 무논리로 대응하는 일부 논객들을 겨냥해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고 일갈했다.
‘성찰’대신 ‘법적 소송’을 남발하는 우리지역 일부 공직자들이 타면자건(唾面自乾)의 교훈을 알까 모르겠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