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가장 호된 시련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기나긴 투쟁과 고난의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 윈스턴 처칠이 1940년 수상 취임 직후 영국 국민들에게 호소한 명연설이다. 처칠 수상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라의 운명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국민들에게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처칠은 5년 후 이 약속을 지키며 히틀러의 침략에 의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던 조국을 지켰다. 영국은 처칠의 리더십으로 똘똘 뭉쳐 절대 열세라던 독일과의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하지만 종전 후 두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처칠의 보수당은 뜻밖의 패배에 경악했다. 영국 국민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국가 영웅 처칠은 존경했지만, 경제 재건을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을 원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 재건을 위한 변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당시 영국은 경제 사정이 불안정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았고, 과도한 전쟁 비용으로 복지 서비스가 상당히 미흡했다. 노동당은 대중의 이러한 심리를 꿰뚫고 ‘고용’과 ‘복지’를 전면으로 내세운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영국인들은 노동당의 공약에 주저 없이 표를 던졌다. 국가 영웅 처칠은 처참한 경제 현실에 정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를 보면, 동두천시는 고용률이 52.1%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생산도시’로서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비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 때 ‘지나가던 개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던 동두천. 이제는 고용률 통곡(痛哭)이 울리는 대표적인 도시로 전락했다는 현실에 국가 영웅 처칠의 쓸쓸한 정계 은퇴가 떠오른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