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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지혜
  2021-11-02 14:57:15 입력

캐나다 퀘벡지방에 남북으로 길게 난 산골짜기가 있다. 이 산골짜기 서쪽에는 소나무, 측백나무, 단풍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반면 동쪽에는 오로지 설송이란 나무만 자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광경을 보려고 오지만 어째서 수목 종류가 다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곳으로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은 부부가 찾아왔다. 예전의 애정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이 여행을 통해 사랑을 회복하면 결혼생활을 계속하고 그렇지 못하면 깨끗이 헤어질 작정이었다. 그들이 이 산골짜기에 도착했을 때 마침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텐트를 치고 날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세찬 눈보라 바람은 동에서 서쪽으로 불고 동쪽에 촘촘한 눈이 훨씬 더 많이 쌓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쪽에 있는 설송 나무 위로 켜켜이 많은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눈이 쌓이고 나면 설송의 탄성 있는 가지는 아래로 휘어지며 쌓여있는 눈을 땅으로 쏟아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설송은 눈이 쌓이고 가지가 휘어지고 눈을 땅으로 쏟아버리는 행동을 반복해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근처 다른 나무들은 설송처럼 휘어지지 못해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버렸던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동쪽에도 분명히 여러 나무들이 있었을 텐데 휘어질 줄 몰라 모두 눈 속에서 부러져 버렸군요.” 부부는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고 휘어져 쏟아내는 삶을 살기로 서로 다짐했다.

살다 보면 많은 일들로 서로 압박감을 느끼고 짐이 될 때가 있다. 이를 그대로 쌓아두면 언젠가는 부러지고 만다. 이럴 때 설송처럼 적당히 땅을 향해 휠 줄 알면 눈을 쏟아버려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다. 고개를 숙이는 것이 꼭 실패나 무기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어느 유명 주조회사에 술 빚는 기술자 두 명이 입사하였다. 한 사람은 공장 경리책임자 조카여서 연줄로 들어왔고 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으로 공장에 들어왔다. 얼마 후 공장의 기술부 책임자가 공석이 되어 두 사람 중 주조 기술을 겨루는 시합을 거쳐 우승자에게 기술부 책임자 자리를 맡기겠다고 공장장이 선언했다.

경리책임자 조카는 궁리 끝에 다시 삼촌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삼촌은 상대가 사용할 주조 그릇에 몰래 쓴 여주즙을 발라놓았다. 시합 결과 조카가 만든 술은 맑고 순하며 향기로워 마시기에 좋았고 상대가 만든 술은 지나치게 쓰고 짙은 맛을 내었다. 결국 조카는 공장 기술부 책임자가 되었다. 사실 그가 만든 술도 일찌감치 돈을 주고 좋은 술을 구해다 숨겨 놓은 뒤 시합 때 자신의 것처럼 내놓은 것이었다.

나중에 상대는 삼촌과 조카의 계략이었음을 눈치 채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분한 마음을 삭이며 꾹 참고 더 나은 주조 기술 연구에 몰두했다. 어느 날 이 주조 공장이 속해있는 성에서 주조대회가 열리게 되었고 조카가 기술부 책임자로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주조 기술도 한참 모자랐던 탓에 도저히 공장의 명예를 위해 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카 대신 상대가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아 최고상을 받게 되었다. 공장장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내막을 파헤치고 그가 금의환향하자 조카와 삼촌을 해고시켰다. 그리고 억울했던 그를 공장의 모든 주조 기술 책임자로 임명하였고 그는 2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하였다. 그가 화를 참지 못하고 대들었으면 도리어 모함을 받고 거꾸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참고 기다리면 때는 반드시 오게 되어있다.

중국 속담에 ‘기꺼이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은 낮은 문에 부딪히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라는 무성한 숲에서 불리한 환경에 처했다고 필요 없는 혈기를 자랑하거나 모욕당하느니 죽겠다고 덤비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큰 이익을 고려해 지금 당장 눈앞의 손해쯤은 흔쾌히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 큰 사람인 것이다.

우리가 긴 삶의 여정 속에서 다른 이들과 교제하는데 지켜야 할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꼿꼿하거나 유연하지 못해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사람은 먼저 두둘겨 맞게 되어있다. 강하기만 한 사람은 불필요한 상처를 입게 되고 원치 않는 희생을 당할 수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물처럼 굽이굽이 돌아갈 때도 있고 높은 곳을 넘기 위해 한동안 정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직선으로 돌파하려고 고집하면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하기만 하고 휠 줄 모르는 쇠는 좋은 쇠가 아니다’라는 속담처럼 눈이 많이 쌓이면 휘어져 눈을 쏟아버리는 설송처럼 유연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리더는 힘이 세거나 용감무쌍한 영웅적 인물이 아니라 돌아가는 형세를 잘 살펴 불리한 상황에서는 기꺼이 굽히고 휘어질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삶 속에서 휘어져 비워내는 좋은 방법이 웃어버리는 것이다.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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