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 또는 기관에게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1년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2021년 6월말 산업재해 발생 현황 사망자 수 474명(전년 동기 대비 4명, 0.9% 증가), 질병 사망자 수 663명(전년 동기 대비 32명, 5.1% 증가)임을 알 수 있다. 사망자는 건설업(308명, 27.1%)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134명)에서 많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변함없이 몇 년간 비슷한 결과들로 보여지는 통계자료들을 보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노동안전지킴이로서 포천에서 근로자들과 함께한 지난 7개월 동안 2건의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4월18일 선단동 공사현장 크레인에서 H빔이 떨어져 50대 근로자가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크레인으로 H빔 기둥을 들어 올린 후 땅에 박아 세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신호수 역할이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나로는 2021년 8월16일 군내면 신축 공사현장에서 비계발판 설치 작업 중 60대 근로자가 8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다. 벽체 마감 공사를 하기 위해 인테리어 시공하던 노동자가 손수 비계발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사고였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망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안전모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이제는 습관으로 잡혀 버린 듯하다. 분명 노동안전지킴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목표로 잡은 것이 이제는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습관처럼 찾게 되는 그런 현장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는데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건설현장에서의 재해 사망자 대부분의 근속 기간은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근속 기간 6개월 미만 근로자들의 수는 몇 년째 변화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라는 입장에서 근로를 담당한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반복적인 안전교육과 함께 건설현장의 위험요소와 행동요령 및 대비체계에 대한 정보가 완벽하게 제공되기까지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최근 3년 동안 1016명의 사망자를 낸 983건의 재해 조사 통계자료를 살펴본 결과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이 5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는 근속 기간이 짧은 하청 노동자들의 위험한 환경과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산업재해들을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하며 안전을 전적으로 지켜나가고 있는 안전담당자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야 한다.
포천에서 노동안전지킴이 일을 하면서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현장들만 봐가며 우수한 현장들을 전혀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도 않다. 소홀한 관리와 부족한 관심으로 인해 자칫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들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훌륭한 현장들은 존재했다. 간혹 보이는 우수 현장에서 안전모 착용은 물론 안전고리까지 한 상태로 고소 작업대에 올라간 근로자들을 보면 그들과 안전담당자에게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예로는 안전담당자가 현장 부재 중에도 불구하고 20명 남짓 하는 근로자들이 전부 안전모를 착용한 채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이 현장이 평소에 얼마나 안전모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현장들은 대체로 지적하거나 보완을 요청할 만한 미흡한 부분들을 찾기가 어렵다. 현장소장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면 인근 볼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 거라며 10분 남짓 한 시간에 현장으로 바로 복귀한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힌 이 현장에서는 소장이 복귀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뿐이다. 안전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작은 행동이며 당연한 것이라 느낄지 모르지만, 노동안전지킴이로서는 큰 보람과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앞서 말한 노동안전지킴이를 하며 가장 먼저 목표로 잡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근로자들의 안전모 착용 습관화가 조금 더 신경 쓰고, 한 번 더 돌아보는 안전담당자들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안전담당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 반복한다.
이토록 우수한 현장 속에서의 안전담당자 즉, 소장들의 가장 원초적인 목적은 ‘사고 예방’ 이다. 이를 위해 매일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것을 토대로 치열하게 파악하고 현장에 미리 주의를 주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단독 주택에서 보기 힘든 시스템 비계. 근로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전담당자가 맡은 소흘읍 무림리 공사현장.
근로자 이동통로 미흡으로 요청했던 계단 설치를 당일 해결하고, 전체 인원 안전모 착용이 원칙이라는 안전담당자가 맡은 이동교리 공사현장.
*‘경기도 2021년 노동안전지킴이’ 수행기관인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031-859-4847, 070-4543-0349)는 ‘경기북동부권역(가평군,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정부시, 포천시)’을 담당하고 있음. 경기북동부권역 중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현장 등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산재예방 강화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