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상가옥(疊床架屋). ‘침대 위에 침대를 겹쳐 놓고, 지붕 위에 지붕을 얹다’는 뜻이다. 쓸데없이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진(晉)나라에 유천이라는 사람이 <양도부(揚都賦)>를 지었다. 유천은 자신의 글을 종씨인 유량에게 보여줬다. 유량은 혈연에 못이겨 <양도부>를 명문장으로 칭송받는 <이경부(二京賦)>나 <삼도부(三都賦)>와 견줄 만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유량의 극찬으로 세상 사람들이 유천의 작품을 베껴 쓰는 생난리가 터지는 바람에 종이값이 급상승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사안(謝安)은 이런 졸작을 그냥 좌시하지 않았다. 그는 유천의 작품에 대해 “지붕 아래 또 지붕을 지은 격이니, 옛것을 모방하지 않은 것이 없고, 내용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고 가차 없이 비난했다.
내년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다. 우리지역에도 수많은 인사들이 벌써부터 너도나도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다. 그닥 신선해보이는 인물들이 보이지 않지만 출마 의지는 유력 대선후보 못지 않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역민들에게 선보일 작품은 오리무중이다. 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급변했으나 이들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대책이 이들의 관심에 있는지 알 수 없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후보군들은 그저 대선에서 자기편이 이기면 반사이익을 기대하겠다는 분위기다. 첩상가옥(疊床架屋)을 또 지켜보란 말인가? 참으로 후안무치한 인사들이 아닐 수 없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