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이율(不寒而慄). 춥지 않아도 떨 정도로 몹시 두려운 상황을 일컫는다. 악독한 폭압으로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패도정치다.
사기(史記) 혹리(酷吏)열전을 보자. 한나라 무제는 중앙집권을 확립하기 위해 지방세력을 억압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때 의종(義縱)이라는 도적이 왕태후의 총애를 받는 ‘누님 찬스’로 현령과 도위 자리를 꿰찼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작자가 남양 태수를 거쳐 요직인 정양 태수로 영전하게 됐다
그는 남양 태수로 재임하면서 도위였던 영성의 일가를 참하며 자신의 위엄을 과시했다. 의종은 정양 태수로 부임하자마자 정양군 내의 토호세력을 평정한 후 200여명의 범죄자들을 체포했다. 동시에 그는 사적으로 감옥에 드나들며 죄인들을 면회한 사람들을 죄수 탈옥 기도죄로 잡아들였다.
의종은 재판에서 이들을 사형수를 탈옥시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판결해 당일로 400여명 모두를 사형시켰다. 이후 지역 내 토호들과 백성들은 춥지 않아도 벌벌 떨었다고 한다.
의종은 황제 무제의 중앙집권체제 확립에 기여했지만 백성의 입장에선 반역자다. 관리의 존재 이유가 백성을 위한 공복이라는 본분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가혹한 폭압정치는 백성을 공포에 떨게 해 배신하는 것이지만, 백성의 혈세를 도둑질하는 것도 배신이다.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은 의종보다 더 나쁜 도적이다. 우리 경기북부지역에도 이런 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혈세도적들은 시민의 힘으로 불한이율을 당하게 해야 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