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초제근(斬草除根). 풀을 베고 그 뿌리를 뽑아 버린다는 말로, 미래의 화근을 아주 없애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걱정이나 재앙이 될 만한 일을 없애려면 그 근본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춘추 좌씨전(左氏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鄭)나라는 약소국이었다. 이웃 국가들이 정나라를 가볍게 여기고 침략했다. 다급해진 정나라는 진(陳)나라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환공은 정나라의 구원 요청을 거부했다. 약소국이 무슨 후환이 되겠냐는 근시안적인 판단이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했다.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나라는 진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국난을 극복했다. 나라를 재정비한 정나라는 진나라의 괘씸함을 잊지 않았다. 국력을 키운 정나라는 오히려 진나라를 공격해 수많은 포로와 전리품을 획득했다.
세상 사람들은 정나라가 진나라를 공격하면서 승전보를 올리자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예나 지금이나 냉엄하면서도 비정한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는 존재한다.
이를 두고 후일 ‘선불가실 악불가장(善不可失 惡不可長)’이라는 말이 남겨졌다. 선한 일은 놓쳐선 안 되고 악한 일은 키워선 안 된다는 뜻이다. 즉 악한 일을 키우면서 고치지 않으면 곧 화가 자기에게 돌아오는 법이라는 교훈을 진나라가 남긴 셈이다.
선거는 미래다. 선거를 통해 미래를 책임질 리더를 뽑는다. 리더를 잘못 뽑으면 “이게 나라냐”와 “이건 나라냐”가 혼재된 끔찍한 현재가 미래를 점령하게 된다.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는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우리 지역에서 우후죽순 너도나도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이들이 있다. 범죄자도 예외가 아니다. 전과가 훈장인 모양이다. 투표권자들은 미래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참초제근(斬草除根)의 마음으로 ‘나쁜 선거꾼’들을 뿌리부터 제거해야 한다. 아니면 주권자가 화를 입는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