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낙천금(一諾千金). 사기(史記) 열전편 ‘계포조’에 나오는 고사로, 한 번 승낙하면 그것이 천금(千金)과 같다는 뜻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확실한 약속’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초나라 항우의 부하 중 계포(季布)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체면을 소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의인으로 칭송이 자자했다. 한 번 허락한 이상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초나라 사람들은 그를 두고 “황금 백근을 얻는 것은 계포의 일낙을 얻는 것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계포는 한나라 유방과의 전쟁에서 큰 전공을 올렸지만, 항우가 패하자 천금(千金)의 현상금이 걸려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의 집요한 추적이 계속되자 스스로 노예가 돼 노나라의 주가(朱家)에게 팔려갔다. 주가도 자신의 노예가 계포임을 알았지만 눈감아 줬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하후영의 주선으로 사면돼 낭중에 올랐고, 혜제(惠帝) 때에는 중랑장이 됐다.
흔히들 정치인의 불출마 약속을 허언의 대명사로 읽는다. 우리 정치사에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선거 때만 되면 시류를 틈타 출사표를 내미는 후안무치의 정치낭인들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잦은 불출마 선언과 출마의 반복도 심각한 직업병이 아닐까 싶다.
국민이 원한다니, 구국의 결단이니, 지역주민의 간절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다는 등 미사여구로 포장된 적반하장식 궤변뿐이다. 누구의 국민과 지역주민인지 알 순 없다. 솔직히 자신의 권력욕이 아닐까 싶다.
최근 지역사회엔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언하고도 은근슬쩍 출마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정치낭인들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사실이라면 후흑학을 제대로 배운 정치낭인일 것이다. 사람과의 약속을 먼저 지키길 권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