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려일실(千慮一失). 천 가지 생각 가운데 한 가지 실책이란 뜻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에 빠지면 하나쯤은 실책이 있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한신이 조나라와의 결전을 앞두고 “적장 이좌거를 사로잡는 장병에게는 천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덕을 겸비한 그를 생포해 천하를 도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장 한신은 조나라를 멸하고, 이좌거는 포로가 됐다. 한신은 손수 포박을 풀어준 뒤 상석에 앉히고 주연을 베풀어 위로했다. 그는 이좌거에게 한나라 천하 통일의 마지막 과제인 연과 제나라 공략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허나 이좌거는 “패장은 병법을 논하지 않는 법”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신이 정중히 거듭 답을 청하자 그는 “패장이 듣기로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쯤은 실책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패장의 생각 중 하나라도 득책이 있으면 이만 다행이 없을까 한다”고 답했다
한신은 이좌거의 충언을 수용해 참모로 삼아 중용했고, 이좌거도 충성을 다해 많은 공을 세웠다.
요즘 지역정가에는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인사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대선보다는 잿밥인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보니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신도 이좌거의 충고를 듣고도 쓸데 없는 많은 생각으로 한 고조의 명을 거역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대선을 이겨야 지방선거도 있는데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보면 한신 꼴이 나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