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읍도(開門揖盜). 스스로 화를 불러들인다는 뜻이다.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청한다는 경고의 글이다.
후한 말 오나라 손책이 강성해지자 이에 불안을 느낀 태수 허공이 헌제에게 경계의 글을 올렸다. 아뿔싸! 이 문서가 손책의 수중에 들어갔다. 허공은 손책의 손에 살해됐고, 그의 집에 있던 세 명의 식객은 탈출했다.
이들은 허공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마침 손책이 사냥을 나왔다는 첩보를 듣고 기습했다. 손책은 얼굴에 상처를 입고 간신히 생명을 건졌고, 세 사람은 손책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손책은 이때 입은 부상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됐고, 아우 손권을 불러 유언을 남기고자 했다. 그러나 손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움직일 줄 몰랐는데, 이 모습을 본 장소가 손권에게 “하염없이 슬픔에만 잠겨 있으면 문을 열어 놓고 도적을 청하는 격이 된다. 세상에는 욕심 많은 늑대가 가득하다”고 충고했다.
이 말을 들은 손권은 즉시 눈물을 거두고 상복을 벗어 던지고 군대를 재정비했다. 드디어 손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선이 끝나자 지방선거 정국이 시작됐다. 경기북부지역에도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넘쳐난다. 일부 후보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고 보자는 ‘묻지마 출마’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양주 지역에는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뒤통수를 치며 출마하려는 자도 있다고 한다. 뜻밖의 일격을 당한 타 후보들은 ‘개문읍도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시민들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개문읍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민의 악당을 잘 잡아내는 것도 민주시민의 품격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