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호(跋扈). 권세나 세력 따위를 함부로 휘둘러 날뜀을 가리키는 명사다. 흔히 불법 집단의 행위를 일컫는 말로 알고 있지만, 실은 모든 세력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즉 ‘함부로’라는 뜻을 내포하면 해당되는 단어다.
유사어로 준동(蠢動)이 있다. 이는 벌레 따위가 꿈지럭거린다는 뜻으로, 불순한 세력이나 보잘 것 없는 무리가 소동을 일으킴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하여간 발호나 준동이나 나쁜 세력의 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말이다.
신라 입장에선 궁예의 궐기는 발호세력의 준동이다. 하지만 백성은 그들을 반대로 봤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권력쟁탈전에 살육을 일삼는 신라 왕조가 발호했고 준동했다. 초기 궁예는 백성의 희망 그 자체였다. 백성이 원하는 바를 알고 이를 실천한 덕분이다.
왕건. 권력자 궁예에게는 역적이다. 자신의 권력에 도전한 발호세력이다. 왕건의 준동에 의해 나라를 뺏기고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백성은 궁예를 버렸고 왕건을 선택했다. 왕건 역시 백성이 원하는 바를 알고 이를 실천한 덕분이다.
양주는 보수색 짙은 경기북부에서 민주당의 아성이 된 대표적인 지역이다. 국회의원은 10년째, 시장은 6년째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장악했다. 왜 보수의 텃밭이었던 양주가 민주당의 아성이 됐을까?
양주의 보수는 분열이라는 못된 타성을 버리지 못했고, 시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집안싸움에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끊임없는 공천 싸움으로 분열되기 일쑤였다.
지난 10년간 누구는 안 된다, ○○○ 출신은 안 된다 등 뺄셈의 정치에 능숙했다. 곱셈을 해도 역부족인데 자기들만의 투쟁에 온 힘을 쏟다보니 본선에 나서면 만신창이가 됐다. 민주당 입장에선 승리를 헌납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흔히들 정치인들은 ‘시민이 주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주인인 시민의 입장에선 시민의 뜻을 외면하는 세력은 발호세력의 준동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