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할머니와 실랑이에 경찰 50명 투입했다는데
언론악법을 반대하는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가 높아지면서, 한나라당과 족벌언론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악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를 유린한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족벌신문은 대자본과 신문의 방송진출이 미디어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식의 근거도 없는 주장을 펴면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언론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한다. 야당은 직권상정은 절대 안 된다면서 국회 상임위 점거농성 등을 펼치고 있다.
언론악법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형오 국회의장과 전여옥 의원이 눈길을 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과 족벌신문으로부터 언론악법을 직권상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은 ‘의장 탄핵 추진’ ‘차기 총선 때 공천 배제’와 같은 노골적인 협박 공세와 함께 취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속도전 독려 속에 언론악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김 의장에게 총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문방위위원장이 변칙적인 상정을 시도하는 반의회주의적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형오 의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그는 지난 연말연초 임시국회 당시에도 비슷한 일을 당했지만 의장으로써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전여옥 의원은 어떤가? 그는 68세 할머니 민원인과 벌어진 ‘해프닝성 폭행사건’을 ‘민주화 추진세력의 국회 폭행’으로 몰아가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전 의원의 언행은 조선, 동아일보 등의 족벌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과도하게 내세워 할머니 민원인과 벌어진 해프닝을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의 태도는 자칫 이 사회를 이념대립으로 몰고 가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크게 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전 의원 쪽이나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민주화운동 측 몇 명이 벌인 테러발생’이라는 식으로 침소봉대 했지만 그 후 60대 후반 할머니가 피의자로 확인되었을 뿐이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28일 성명을 통해 “전 의원과 동의대가족대책위 할머니와의 ‘접촉사고’를 전여옥 의원은 왜곡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면서 “혈압이 높고 지병이 있는 70이 다 된 할머니를 테러범으로 몰면서, 전 의원은 병원에 누워 실명위기라는 등 생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15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입법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10년 동안 인정된 사건을 재심의 하겠다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등이 강력 반발해왔다.
김형오 의장은 언론악법과 관련해서는 의회주의의 수위를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 돋보인 반면 전 의원 폭행사건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취한 조치로 보여 유감스럽다.
언론악법을 둘러싸고 전국이 대쪽처럼 갈라진 상황에서 경찰도 민주주의에 역주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언론노조위원장과 MBC 노조위원장에게 소환장 세례를 퍼붓는 방식으로 정치경찰의 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언론악법 국면에서 경찰의 볼썽사나운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사무처와 함께 국회 출입통제에 나서 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을 힘겹게 만든다. 경찰은 지난 해 촛불집회, 시위는 물론 최근 용산참사에서 과잉진압을 멈추지 않는 등 시민의 몽둥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경찰이 ‘전여옥 의원 폭행사건’을 부적절한 방향으로 키우는 일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팀에 형사 50여명을 투입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건 현장에 수명의 국회 경위가 배치된 상황에서 벌어진 한 순간의 해프닝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국회 출입통제 지시가 내려져 경위 수 명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벌어진 ‘접촉사고’는 즉시 주변의 만류로 일단락되었다고 조광철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국장은 밝혔다. 이런 상황은 현장의 CCTV로 확인 가능할 터인데 경찰은 사건 발생 후 하루가 지나도록 CCTV의 관련 내용을 공개치 않고 있다.
언론악법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매우 부적절한 태도를 고집하면서 전국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 또한 권력의 시녀 같은 모습으로 전락했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집권층은 중산층, 빈곤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에서 보듯 복지 등 사회안전망이 턱 없이 부족하다. 청와대,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개선키 위한 정치를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청와대 등이 방송마저 재벌들에게 퍼주기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면서 발생한 오늘과 같은 비극적 사태는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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