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건설현장 안전점검 및 계도활동이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가 나의 소중한 업무다. 사무실에 출근하여 미팅도 하고 그날의 일정 등을 조율하고 주 근무지인 현장으로 향한다.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 중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산업현장은 긴장 상태에 있다. 내가 가는 현장은 80억원 이하 소규모사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건설회사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한다. 법 시행의 여파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기관에서 안전점검을 자주 나온다. 그러다 보니 중복되거나 연속적으로 방문하는 일이 겹쳐 현장사무실에서 하소연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나온다.
자주 그리고 또 많이 방문해서 안전점검을 하면 아무래도 현장의 안전의식 고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현장에 가서 안전점검 나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벗어두었거나 차량에 보관했던 안전모를 가져다 쓰면서 머쓱한 표정이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노동자들은 안전모를 쓰지 않는 것이 ‘옳지 않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소규모 건설현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60~70대가 대부분이다. 30~40대들은 거의 다 외국인들이다. 노인 노동자들이 젊은이와 경쟁을 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 일당 챙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점검하면서 위험한 작업방법이나 개인보호구 미착용을 지적하면 곧바로 수긍하고 조치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그들은 30~40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해 온 분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집을 지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도해야 할 대상이기보다 존중되어야 할 사람인 것이다. 그들도 퇴근해서 집에 가면 존경받는 가장이다.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로서 목숨을 걸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훌륭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노동안전지킴이로 현장점검을 나가면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정중한 태도와 친절한 말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듯이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해주면 좀 더 나은 관계가 될 것이다.
많은 현장을 다니다 보면 극소수이지만 노동안전지킴이의 방문을 탐탁치 않게 보거나 시비조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럴 때 나도 사람인지라 난감하기도 하지만 긍정적 결과를 위해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이후 재방문 시 반갑게 맞아주고 문제점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한 번 참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한 번쯤 참을만하지 않겠는가!
노동안전지킴이가 하는 일이 아무리 선의로 도움을 주러 간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입장은 다르다. 항상 분쟁의 소지가 있어 그 부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업무의 효율도 높아지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현장에 가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현장소장이나 노동자에게 모르고 안 하거나 못하면 가르쳐주고, 알면서 미뤄둔 것은 위험성을 주지시키고, 속히 해결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 모두 수긍하고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그럴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 노동안전지킴이가 꼭 필요하고 좋은 제도인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제 2022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신임 노동안전지킴이들과 함께 교육과 실습을 하고, 지금은 모두가 현장업무에 열심이다. 올 한 해도 우리가 방문하는 산업현장에 아무런 사고가 없기를 바라며 ‘중대재해 절반으로 줄이자’라는 구호가 부디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개구부 점검
작업발판 불량 및 안전모 점검
호이스트 안전조치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수행기관인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031-859-4847, 070-4543-0349)는 ‘경기북동부권역(가평군,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정부시, 포천시)’을 담당하고 있음. 경기북동부권역 중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현장 등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산재예방 강화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