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물물교환 시장으로 출발
동두천 큰시장 상인들은 5일마다 더 마음이 바빠진다.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5일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날은 아침부터 난전이 열리고, 큰시장 입구에서 동두천농협 사거리, 인근 중앙시장까지 좌판이 자리를 잡는다. 장이 개설되고 나서부터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이라 상인들은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960년 동두천시 생연동 698-1번지 일대에 조성된 큰시장은 부지면적 9천113㎡, 건물면적 4천860㎡, 매장면적 2천810㎡에 달해 경기북부에서는 의정부제일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전통시장 중 하나다. 매장 90개에 5일장까지 합치면 대략 260여개 점포를 거느리는 셈이다.
큰시장은 양주시, 파주시, 포천시, 연천군 등 인근 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물물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설된 곳으로 현재는 야채, 과일, 고기 등 농·축산물 도소매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1차산업의 집적지’다. 물물교환도 이어지고 있다. 큰시장과 가까운 농산물 취급 상인과 식당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물건을 가져간다. 신발, 옷 등 각종 생활용품도 취급하고 있다.
‘1차산업 직접지’도 시설현대화


▲고객용 공영주차장(왼쪽). 오른쪽 건물이 공동물류창고다. 창고 내부 저온 자동화시설.
이처럼 오랜 전통의 큰시장도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시장활성화 사업을 펼쳐왔다.
23억3천800만원을 투입해 진입로를 확충하고 시장 입구 쪽에 54면 크기의 공영주차장을 설치했다. 주차장 옆에는 2억6천500만원을 들여 60여평짜리 저온창고를 건립했다. 저온창고는 상인들의 공동물류창고로, 상품 특성에 맞게 6개 구역으로 나눠 자동으로 온도를 맞춘다.


▲상인회 사무실에 설치된 컴퓨터교육실(왼쪽)과 고객사랑방의 어린이놀이방.
또 8억원을 들여 아케이드 사업을 했는가 하면, 입구에 대형 아치간판을 설치하여 ‘큰시장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40여평 규모의 고객사랑방을 어린이놀이방, 유아수유실, 수다카페 등으로 꾸며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소기업청, 경기도, 동두천시, 상인 자부담 등 총 36억3천300만원이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쓰였다.

▲큰시장 거리. 올해 20억원을 들여 폭 15m 크기의 반아케이드를 설치한다.
올해는 20억원으로 폭 15m 크기의 반아케이드를 큰시장 입구에서 동두천농협 앞까지 빼곡히 들어선 상점가 200m 거리에 설치한다. 지금은 설계 중이며, 오는 11월이면 공사가 끝나 새로운 거리 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상점을 리모델링하고 간판을 정비하며 새롭게 디스플레이 작업을 덧붙여 한다.
11년째 ‘과일촌’을 운영하며 2008년 4월 큰시장상인회 회장 겸 동두천시 전통시장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백광현(49, 왼쪽)씨는 “다른 전통시장의 경우 먼저 간판 등 겉을 바꿨지만, 우리는 상인들이 꼭 필요한 저온창고나 고객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주차장 등 내부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올해 반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시장에 아치형 고객 쉼터를 조성하면 머지 않아 큰시장은 과거처럼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광현 회장은 시설현대화 말고도 상인들의 의식개혁에 열정을 쏟고 있다. 상인회 사무실에 상인들을 위한 컴퓨터교육실을 상설 운영하는가 하면 3월11일, 17일 등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상인회 사무실이 곧 교육장이다. 이어 4월에는 시장경영지원센터 도움으로 제2기 상인대학을 진행한다. 의욕적인 신청으로 까다로운 상인대학에 선정된 것이다.
“동두천 큰시장, 이름 값 하겠습니다”


▲큰시장 옆에 있는 공설시장(왼쪽)과 세아프라자.
큰시장은 이름처럼 통 크게 나가고 있다. 삐딱하게 보면 경쟁상대이겠지만, 바로 옆 세아프라자(상가회장 양순종/의류, 완구, 전자, 신발, 문구, 식료품, 화장품, 제과, 스포츠용품, 수입상품 등 각종 생활용품)와 공설시장(상인회장 홍만표)을 시장활성화를 위한 진지한 동반자로 삼는다.
특히 공설시장은 세아프라자가 1993년 설립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상인들이 옮겨 개설한 곳으로 과일, 야채, 건어물 등을 취급하여 품목 경쟁이 되는데도 식구처럼 손을 잡았다.


▲큰시장과 세아프라자, 공설시장 공동쿠폰(왼쪽). 쿠폰 추첨 경품행사가 종종 열린다.
여기저기 공동상권임을 홍보하고 있고, 더 나아가 공동쿠폰(고객센터 031-859-1233)을 발행하여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쿠폰은 점포에서 물건을 사면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배부하는 것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상인회에서는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공영주차장 이용료로도 사용한다. 쿠폰에 고객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놓으면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열어 경품을 나눠준다.
여기에 5일장까지도 아우른다. 품목이 상당히 겹치지만, 5일장 상인들의 생존도 중요하다. 백 회장은 이를 두고 ‘적과의 동침’이라고 했다. “경기북부 최대 규모의 5일장이 큰시장을 알리는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두천시가 구역을 정확히 정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아프라자든 공설시장이든 5일장이든 마찰이 생기면 다 죽는 거예요.”

▲큰시장 5일장에서 18년째 신발을 파는 강용희씨(등 돌린 이). 얼굴 공개는 사양했다.
경칩인 3월5일. 봄을 재촉하듯 낮 1시경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 10시30분경 첫 개시를 한 5일장 신발 상인 강용희(52)씨는 “이 시간이면 예전에는 10켤레 정도는 팔았어요. 비 오기 전에 많이 팔면 좋겠는데…. 우리네는 잘 될 때도 몸으로 받아들이고, 안 될 때도 몸으로 받아들여요. 매사 낙천적으로 살아아죠. 어느 전통시장이건 상인회와 5일장 노점상들이 마찰을 빚으면 장사가 잘 안되요”라고 말했다.
개그맨 황기순씨와 닮아 10년 전 경인방송에 황기순씨와 함께 출연한 강씨는 백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농협과의 공조 절대적 필요

▲왼쪽부터 공설시장상인회 홍만표 회장, 세아프라자상인회 양순종 회장, 큰시장 백광현 회장.
3월5일 오전 11시30분 '시장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큰시장상인회 사무실에 모였다.
백광현 회장과 양순종 회장, 홍만표 회장은 ‘공동의 목표’인 시장활성화를 위해 수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살 길’을 찾는다. 상인들끼리도 가깝게 지낸다. 백 회장은 세아프라자 상가가 시장경영지원센터로부터 지원 받을 방법도 함께 모색한다.
백 회장은 동두천시 전통시장협의회 회장답게 전통시장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농협이다.
“농협이 명절 때면 회원들에게 하나로마트 이용권을 나눠줘요. 대목장을 기대하던 상인들은 시민들이 하나로마트로 빠져나가 재미를 못 봅니다. 우리 시장 고객과 농협 회원이 많이 겹치거든요. 이제는 농협도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통시장과의 공조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백 회장은 큰시장의 주요 품목이 농·축산물인만큼 ‘농민을 위한 농협’의 협력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두천농협 하나로마트와 큰시장이 붙어 있어 공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 독자노선을 걷게 되면 모두 힘들어집니다. 3월13일 동두천농협 조합장 선거가 끝나면, 동두천시 전통시장 회장들과 함께 조합장을 만날 계획입니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겠습니다.”

▲큰시장 입구의 대형 아치간판 뒤로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큰시장은 동두천 9만여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살고 있는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와 맞붙어 있어 배후상권이 뛰어난 곳으로, 경원선전철 동두천중앙역에서 가깝고 36번, 37번, 39번, 50번, 53번 등 동두천시를 운행하는 버스 대부분이 경유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바로미터’로 분석되고 있다. 각종 선거 때는 후보자들이 꼭 거쳐가는 필수코스로, 여론 향배의 중심이기도 하다.

▲동두천시가 제작한 전통시장 안내지도. 왼쪽 아래에 큰시장과 공설시장, 세아프라자가 보인다.
동두천시 전통시장은 대부분 생연동에 있고 지척이라 '전통시장 테마거리' 조성이 매우 용이하다.
▲경칩인 3월5일. '봄맞이 꽃'이 등장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뻥튀기를 팔았다는 좌판.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오후 1시경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손님들이 흥정에 여념이 없다.




▲큰시장 5일장은 오랜 전통 덕에 할머니들이 좌판을 많이 차렸다. 봄나물을 파는 할머니가
"별로 재미없다"고 말하자 그 앞에서 콩나물을 파는 젊은 상인은 "우리는 이제 두 박스 밖에
못 팔았는데 할머니가 엄살을 떠는 것"이라고 웃었다.

▲"대나무 소쿠리 하나에 1만3천원, 이건 2만원." 큰시장은 여기저기서 흥정이 한창이다.

▲태극기 한장에 1만원. 기자가 태극기를 사자 그릇가게 앞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요즘 태극기 사는 사람은 애국자여"라고 말한다.

▲규모가 제법 크고 오래된 5일장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붓으로 그린 인물화.
시장경영지원센터/취재-유종규(freedomy@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