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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부터 바로 세웁시다”
  2009-03-10 16:43:54 입력


매주 화요일 아침 국회의장단이 모여 간단한 티타임을 갖습니다. 예상대로 국회의장님의 안색이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아침 보도 때문에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나라 어디 있나”는 고통받는 국민의 소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라는 말씀을 했다고 합니다. 혹시 요즘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하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따라하신 게 아닌가 반문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마치, 제3자의 입장에 서 계신 것 같아서,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의 하소연에 답을 해야 할 분의 말씀으로는 그리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끄럽게도 국민이 묻는 ‘이런 나라’에는 우리 국회도 크게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 이런 불신을 우리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크게 반성하고 통탄하며 글을 이어가려 합니다.

국회의 국회의장 모독, 다시는 있어선 안돼

지금 우리 국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가 권위를 잃는다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주의·민주주의 전체의 불균형과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국회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있는지 답을 하자면, 첫째가 우리 스스로입니다. 지난 주 한나라당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을 윤리위에 제소한 것을 두고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자해행위’라고 했더군요.

하지만, 제1여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면서 ‘한밤에 분칠’, ‘이미지만 관리’, ‘자리에 연연, 환상에 젖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회의장에게 모욕을 주었던 것이 불과 열흘 전의 일이었습니다. 제1여당의 몇몇 의원들이 ‘탄핵’, ‘공천배제’를 들먹이며 국회의장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불과 열흘 전이었습니다.

국회의장은 개인 누구누구가 아니라, 국회의장이라는 직 자체로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국회의 얼굴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이고 국가의 원수이듯, 국회의장은 3권 분립의 한 축을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직책입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을 모독한 것, 그것도 사석이 아닌 공개석상을 통해 발언하고 언론에 모두 공개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국회가 국회를 스스로 모독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서로의 권위와 자존심을 짓밟는 것은 서로 망하자는 것이지, 아무 이득도 없을 뿐입니다.

고소·고발 난무, 국회의 권위 실추

국회 내 불법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로 인해 고소·고발이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률은 국회의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국회의원도 그 법률에 지배받는 국민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법에 상응하는 제재는 기본일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도 문제지만 최우선적으로, 명색이 국민의 대표기구라는 곳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삼권분립의 다른 축인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에 심판을 의뢰하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의원 상호간에 조정절차나 국회 징계절차조차 밟지 않고 검·경에 고소·고발이 난무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춰 최후에 결심해야 할 일을 경솔하게 행동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원 상호간에의 고소·고발도 문제지만, 더군다나 국회의 주인인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의 일을 돕는 실무자인 사무처에 의해 고소를 당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원 서로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희화화 시킴은 물론, 국민의 불신을 키우게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창피하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국회를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는, 자식을 부모가 홀대하면, 남들도 그 아이를 홀대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당연히 남들도 인정하지 않고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정부를 보며 느끼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국회경시 엄중 경고해야

국회경시, 의회무시 풍조는 여야가 따로 없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정부의 국회경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훼손입니다. 모든 심의와 결정은 국회에서 이뤄지고 대통령과 정부는 집행자임에도 국회가 마치 정부의 대리인으로, 통법부로 전락한다면 민주주의는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국회경시 문제는 이제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청와대는 ‘속도전’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용어를 붙여 국회의원이 거수기 노릇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여야의 타협안에 어깃장 놓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춘 것인지, 어느 장관이 “국회가 깽판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되고”,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발상 자체가 장관으로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회와 여야 정당의 존재 이유조차 모르는 분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국회는 성토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필요성조차 없다는 발상은, 과거 독재정권이 꼭두각시 의회를 만들어 운영할 때가 옳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랜 세월 정치제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우수한 정치제도로 민주주의를 선택했고, 어느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는 효율성보다는 비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효율성만을 강조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 독재가 더 빠를 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길 바랍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국민에 의한 무시

제헌 60주년에 시작한 제18대 국회는 매우 뜻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와 힘의 국회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성숙한 국회의 모델이 만들어져야 할 때입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대통령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국민에 의한 국회 무시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18대 국회의원 모두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임을 자각하고, 국회 자정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고의 노력, 분골쇄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2009.3.10   국회부의장 문희상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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