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권력자에 아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법은 국가의 강제력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는 데에서 폭력과 다르다. 그래서 합법성을 보장받고 기꺼이 따른다. 문제는 그 강제력이 힘 있는 권력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저울 없는 칼은 물리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고 칼 없는 저울은 무력한 것이 될 뿐이므로 저울과 칼이 함께 갖추어질 때에만 법은 지켜진다”고 일갈했다.
독재자들은 법의 맹점을 악용할 줄 아는 악당이다. 법의 형식을 교묘히 이용해 정당성을 획득한다. 히틀러의 악법 ‘수권법’이 대표적이다. 나치가 장악한 의회는 히틀러가 원하는 법을 만들어 주는 하청공장에 불과했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독재를 잉태한 적폐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 공천 잡음이 유난히 시끄럽다. 공천권자들이 자신들만의 공천원칙을 공식 승인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예를 들면 전과자 배제 원칙도 자신들끼리 의논해 공식적으로 무산시키는 만행(?)도 서슴치 않는다.
그들만의 원칙이 합법성을 얻으면 무소불위의 강제력이 되는 법이다. 곳곳에서 공천권자 지근거리 측근이 후보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능력을 검증받은 건지, 충성심을 검증받은 건지는 도대체 알 수 없다. 오직 그들만이 알 것이다.
각종 의혹이 난무해도 공천을 확신하던 후보들은 소문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 모두 공천권자들의 원칙에 의해 후보가 됐다. 원칙에 따르면 낙천자들이 백날 반발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왜? 공천원칙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까.
법불아귀(法不阿貴)가 무색해지는 세상은 미래가 없다. 형식적 법치주의의 적폐가 파멸시킨 히틀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