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는 사람에겐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8가지 과오(過誤)가 있다고 경고했다.
첫째 자기 할 일이 아닌데 덤비는 ‘주착(做錯)’, 둘째 상대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의견을 말하는 ‘망령(妄靈)’, 셋째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하는 ‘아첨(阿諂)’, 넷째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하는 ‘푼수(分數)’, 다섯째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참소(讒訴)’, 여섯째 타인의 관계를 갈라놓는 ‘이간(離間)’, 일곱째 나쁜 짓을 칭찬해 사람을 타락시키는 ‘간특(奸慝)’, 여덟째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 상대방의 속셈을 뽑아보는 ‘음흉(陰凶)’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국민이 정권 안정을 원해 빨간 점퍼로 싹쓸이했다. 경기북부도 국민의힘이 길게는 12년 만에, 짧게는 6년 만에 지방권력교체에 성공했다. 긴 세월을 와신상담하고 잘난 자신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하고 싶겠지만 국민의 뜻은 다르다고 본다.
대통령과 원팀이 돼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게 해달라는 간절한 하소연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만할 상황이 아니다. 경기북부의 원로 정치인 모씨는 국회의원이 되는 3가지 유형에 대해 첫째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됐는지 모르는데 얼결에 되는 경우, 둘째 평생 국회의원이 소원이다가 수십년이 지나 되는 경우, 마지막이 국회의원을 넘어 더 큰 꿈을 펼치려고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얼결에 선거에 나섰다가 당선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가 안 됐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후보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선거가 구도나 바람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후보자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묻지마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가 유독 많이 나온 이유가 당만 보고 찍다 보니 기초의원 가번, 나번을 동시에 찍어 무효표를 양산했다고 한다.
존 킨은 “민주주의는 겸손 위에서 번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5년 전 연전연승으로 기고만장 시건방을 떨다가 대권도, 지방권력도 거의 다 뺏겼다. 모지역은 자기가 꽂으면 무조건 당선할 거라는 오만방자한 공천으로 자멸했다는 조롱도 들린다.
국민의힘이 장자의 8대 과오와 겸손을 외면한다면 2년 후 총선에서 똑같은 꼴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