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5월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안전벨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하는 운전자에게 1만원씩의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도로교통법에는 운전자와 승차자의 안전벨트착용 의무조항이 있었는데, 범칙금 부과규정은 1987년 11월에 시행령으로 정해놓았다.
「도로교통법 제50조(특정 운전자의 준수사항) ①자동차(이륜자동차는 제외한다)의 운전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좌석안전벨트를 매어야 하며, 모든 좌석의 동승자에게도 좌석안전벨트(영유아인 경우에는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한 후의 좌석안전벨트를 말한다)를 매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질병 등으로 인하여 좌석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곤란하거나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처벌 규정을 만들고 실제 단속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는 건데, 이유는 운전자들의 법규 준수의식이 희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기사들에 나타난다. 당시 5월로 예정했던 단속은 다시 7월로 연기한다. 안전벨트 착용이 제대로 계몽되지 않아 혼선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이 시쳇말로 ‘국룰’이었던 시대였다.
전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도록 의무화한 것은 이로부터 30년 가까이 흘러야 했다. 2018년 9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고부터다. 과태료는 최대 6만원으로, 30년 전의 1만원보다 6배 올랐다. 지금은 ‘안전벨트는 당연히 매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상식과 규정이 되기까지 30년이 걸린 셈이다. 그간 어마어마한 양의 홍보와 계도, 단속과 처벌이 밑거름 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국민의 안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를 두고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법 준수가 힘들다’ 등의 소리가 들린다. 현장에선 ‘사다리 잠깐 올라갔다 오는데, 안전장구 착용하고 안전요원 배치하냐’, ‘(사고 날까봐) 당분간 공사 중단한다더라’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얼핏보면 안전벨트 미착용 단속을 시작할 때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진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불편함과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기 때문이고, 안전불감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듯이 극단의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전은 여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다. 또 기업의 책임자가 직접 손수 챙겨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점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안전을 챙기는 것이 당연시되고 상식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전벨트 단속과 계도, 홍보 등의 노력에 필적할 만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안전벨트가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걸린 시간보다는 짧기를 희망한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시간을 더 단축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머니투데이 참조)
현재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은 상식이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문화가 되었으며 상식이 되었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동물은 높은 나무에서 사는 원숭이다. 사람은 아예 높은 나무에 오르지도 않고, 높이 오를 필요도 못 느낀다. 그러나 높은 곳에 오를 수밖에 없는 근로자에게는 높은 곳의 통로에서 산업재해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최소한 주된 통로만이라도 안전대책을 강화한다면 산재사고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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