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다. 바람에 따라, 조직에 따라, 돈에 따라, 사람에 따라 지형이 바뀐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말 그대로 변화무쌍이다.
2010년 제5회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주시장을 꿈꾸는 이들의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선거 때만 나타나는 부나비 같은 자들도 있다.
우선 눈에 띄는 행보가 있었다.
한나라당 이항원 경기도의원이다. 그는 2월17일 고향인 남면에서 양주미래포럼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항원 의원은 “양주 발전을 위해 지역현안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해결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출마를 위한 조직이라는 시각에는 “그렇게 보면, 참여하는 분들이 기분 나빠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는 양주제일장학회, 한맥등산회까지 만들었다. 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는 관측은 이미 지배적이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 때의 정치공작성 배반 논란, 양주의제21 파행 운영 등이 부담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때 김성수 국회의원과의 공천 갈등,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 경선 당시 김성수 의원과의 노선 경쟁이 표출되어 실제 시장 공천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나라당 유재원 도의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재선 도의원인 그는 현재 도의회 교육위원장까지 꿰찼다. 그는 3월27일 양주교육포럼 창립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문에 일정을 4월24일로 연기했다. 외관상 교육위원장이 교육포럼을 만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항원 도의원과 함께 각각 ‘포럼’을 결성하는 것은 재미있다. 경쟁이고 질투로도 보인다.
유재원 의원은 “내게 전문성 있는 교육 쪽 내용을 다루는 포럼”이라며 “양주 교육 이대로는 안된다는 취지로 교육발전을 위해 만든 순수한 포럼이지 정치적으로 확대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항원 의원도 우리 포럼 발기인”이라며 경쟁관계라는 해석을 불쾌해했다.
유재원 의원은 가석지구 개발사업 불협화음, 부동산 문제 등이 혹처럼 붙어다닌다. 김성수 의원과는 금전 다툼이 심했고, 지난 지방선거 때 공천 갈등이 불거졌고, 양주·동두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경쟁 경험 등으로 불편하다. 시장 공천 여부는 지켜봐야 안다.
현삼식 전 양주시 사회산업국장도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행정자치분과위원회 상임위원, 중앙위원회 양주·동두천 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평상시처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양주 관내 최대 신도수를 자랑하는 덕정성당에도 다닌다. 김성수 국회의원 후원회장인 윤명노 전 양주군수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현삼식 전 국장은 “공천만 받으면 출마하겠는데”라고 말을 아꼈다.
양주시 사회산업국장 시절 이른바 ‘옥정지구 보상투기’ 몸통으로 지목된 그는 2006년 불명예 퇴진한 전력이 넘어야 할 벽이다.
김성수 의원의 마음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양주시장 후보와 동두천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전혀 의외의 인물로 공천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이 고향인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그것도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에 맞춰 재계 CEO 출신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군은 사실상 씨가 말랐다. 지난 선거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왔던 이흥규 전 경기도의원이 유일하다.
이흥규 전 도의원은 “민주당으로 출마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 권토중래를 꿈꾼다. 그러나 정성호 전 국회의원과 거리가 멀어져 있는 게 약점이다. 공천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당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정성호 전 국회의원 ‘직접 출마’까지 거론된다. 해괴망측한 소문에 대해 정성호 전 의원은 “주위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이 한 두명 있었지만, 나는 정치인이지 행정가가 아니다”라며 “다만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을 하나로 묶는 행정구역개편이 되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주시장 출마는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무소속으로는 임충빈 시장이 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그가 3선 양주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분석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경조사 시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관내 각종 행사를 찾아다니는 ‘강행군’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천을 받은 자는 당선 교두보를 확보한 자다. 나머지는 사실상 양주시장 꿈을 포기해야 한다. 정당을 타지 않으면 힘들다. 탈당을 하면 정치인생이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도 크다. 무소속은 승산이 약하다. 철새라는 오명도 듣는다. 무소속 임충빈 시장은 지난 선거 때 한나라당 바람을 잠재우며 당선됐다. 하늘이 도왔다.
정치는 생물이다. 살아 움직인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남았다. 양주시장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길고 긴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벌써부터 선거 이야기가 반찬이 되고 술안주가 된다. 임충빈, 현삼식, 유재원, 이항원 등이 씹히고 먹힌다. 그 외 김씨, 이씨 등도 밑반찬이 되긴 하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아 무슨 맛인지 아는 이가 적다.
양주 예비시장 후보들의 꿈이 실현될지 좌절될지의 갈림길이 가까워지고 있다. 누가 진짜 잠룡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