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차’라는 이름을 걸고 1991년 대우자동차는 창원 공장에서 ‘티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출시 목표가격은 200만원대였으나 물가가 오르고 부품 단가 문제로 실제 판매가격은 300~400만원대였다. 그래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대한 원가를 줄여야 했기 때문에 대우자동차는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차체 중량을 600㎏대 초반으로 가볍게 해야 했고 엔진도 800㏄급으로 맞추어야 했다. 에어백이나 가죽시트, 파워스티어링 등의 옵션 사양도 없었다. 단지 오디오만은 대우전자 제품을 쓴 덕분에 음질이 깨끗하고 타 차종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시작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판매가 잘 될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의외로 국민들은 열광하지도 않았고 관심을 가지는 듯 보였지만 판매로 이어지질 못했다. 1998년 IMF 위기 때 잠깐 판매상승 현상만 있었을 뿐 저조한 판매실적을 나타내다가 2001년 후속 모델인 ‘마티즈’가 출현하면서 국민차 티코는 단종되고 말았다. 왜 야심찬 국민차 출현에 국민들은 외면하고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현상은 2009년 인도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인도 경제는 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1945년에 처음 시작한 타타모터스(Tata Motors)는 2009년 당시 인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창업자의 증손자인 라탄 타타(Ratan Tata)는 도로에서 스쿠터를 타고 가는 어떤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스쿠터에는 아버지 앞에 아이가 앉았으며 어머니는 아기를 업고 남편 등에 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런 가족이 탈 수 있는 안전하고 날씨와 상관없는 자동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나는 이런 이들을 위해 경차를 만들고 말겠다는 꿈을 갖고 실제로 노력하기 시작했지요.”
최고경영자의 희망에 따라 타타모터스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여 연간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이 차의 이름을 ‘타타나노’라고 했고 인도의 국민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고객은 59세의 뭄바이 공무원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뷰했다. “너무 기쁩니다. 축복을 받기 위해 근처에 있는 힌두교 사원으로 차를 몰고 가는 중입니다.” 두 번째 고객은 29세의 은행직원이었는데 “내가 벌어 처음으로 산 차입니다. 당연히 가격에 대만족입니다. 뭄바이에 새로 건설된 반드라월리 대교를 제일 먼저 달리고 싶어 가는 길입니다.”
타타모터스 측은 이런 모습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인도 중산층의 욕망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뭄바이 경찰 부국장 출신인 82세의 노인도 그동안 타고 다니던 스쿠터를 버리고 타타나노를 샀다. 하지만 타타모터스의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판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왜 타타나노의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티코나 타타나노의 실패 원인은 중산층의 마음과 그들의 진심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소비적 욕구를 간과하고 가격만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하던 유머 가운데 “길을 달리다가 티코가 섰다. 이유는? 바퀴에 껌이 붙었기 때문에” 등등의 티코를 조롱하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
인도에서도 젊은이들 가운데는 “출근은 오토바이로 한다 하더라도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점잖은 자리에 갈 때는 물론 차가 더 좋지만 그렇더라도 그 차가 타타나노라면 차라리 그냥 집에 있겠다”라는 생각들이 만연되고 있다는 것을 회사 측은 잘 몰랐던 것이다.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티코나 타타나노는 국민들에게 그저 제일 싼 차로만 인식되었던 것이다. 좀 더 나아지려는 중산층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라는 광고 문구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더 가난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호텔이나 백화점이나 공공기관 등에 가서도 티코나 타타나노는 푸대접을 받는 일이 종종 생겨나게 되었고 체면을 중시하는 중산층은 아예 외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티코 같은 경차가 환영받으며 인기가 있는 나라가 있었다. 페루,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의 나라에서는 이런 경차가 매우 인기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나라의 도로 사정이나 국민들의 경제 수준 등이 서로 맞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중산층은 현대사회의 경제 중추세력이며 상류층과 하류층을 압도하는 경제적 공동체이기 때문에 중산층의 마음을 잘 읽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 욕구의 상향이라는 보통사람들의 욕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상 살아가면서 무시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일에는 누구든 민감하며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국민차를 선호하며 자랑스럽게 여길 사람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티코나 타타나노는 관심은 일으켰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씁쓸한 앙금을 남긴 채 역사의 대지 속으로 스며 들어간 것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무시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 때도 가끔은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웃어버리는 일이 최선의 처방이다. 티코 광고 영상이 생각난다. 여배우 김혜수가 운전하다가 “손님, 차비 내셔야죠?”라고 말하자 남자 배우가 볼에 키스해주며 웃는 장면 말이다. 오늘도 웃는 하루 되시길.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