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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
  2022-11-23 13:51:05 입력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마약류 처방이 앞으로는 매우 까다로워질 전망입니다. 의사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할 때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확인하는 절차를 의무화한다는 것입니다. 무척 고무적인 방향이며, 오남용 기준을 위반해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는 마약류 취급이 금지될 전망이라고 하니 의료진은 처방 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18~45세 인구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하게 꼽히는 것은 약물 과다 남용입니다. 그중에서도 펜타닐이라고 부르는 마약성 진통제가 제일 많습니다. 호흡을 중단했을 때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이게 되면 우리 몸은 심한 통증을 유발해 숨을 쉬도록 유도합니다. 펜타닐은 2~3분 숨을 참을 때 느끼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므로 숨을 쉬지 않게 되어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미국 시민단체 ‘펜타닐에 반대하는 가족(Families Against Fentanyl)’이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20년에 펜타닐은 코로나19, 자살, 자동차 사고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약물입니다. 10만명의 약물 과다 남용 사망자 중 64%가 펜타닐 중독이고, 매일 175명이 펜타닐 과다 남용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펜타닐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고, 유명 제약회사 얀센의 창시자 얀센이 개발한 약입니다.

펜타닐은 잘 알려진 모르핀보다 훨씬 강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2㎎의 소량으로도 치사량에 이릅니다. 이렇게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가 미국에서 주요 오남용 대상이 된 이유는 미국의 비싼 의료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비교적 싼 펜타닐에 의존하게 되면서 펜타닐 오남용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펜타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불법 마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온라인을 통한 마약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인접 국가인 중국이 펜타닐을 밀매하는 주요 공급처이기 때문에 점차 펜타닐 오남용이 한국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펜타닐은 피부에 부착되는 패치 형태와 막대사탕 형태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10장 기준으로 15만원 안팎인 패치를 처방받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10대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 건수는 2020년 624건, 20대는 2만3,878건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펜타닐 처방은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 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나 복합통증 증후군 환자 등이 더 이상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때 권장되는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복합통증 증후군 환자나 말기 암 환자는 펜타닐을 쓰더라도 통증이 너무 심하다 보니 마약 중독자와 같은 환각 증세를 느끼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극한의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중독의 범주는 아닙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한계가 없어 계속해서 약물 투여량을 늘려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부작용 역시 늘어나므로 처방 시 필요한 양보다 적게 지급합니다. 실제로 통증이 너무 심해 처방된 펜타닐 패치나 팬타닐 액틱 구강정을 권장량보다 2~3배 투약하는 경우 호흡이 느려져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고, 결국 사망하여 소송이 진행되어 수천만원을 병원이 배상한 판례도 있습니다.

마약류 통합시스템을 DUR시스템과 연계해 마약류가 온라인 판매·유통되지 않도록 규제망을 촘촘히 해야 할 것입니다. 다이어트제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 성분이 포함된, 펜타닐이 아닌 다른 약품 오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 또한 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마약 중독자를 치료·관리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합니다. 마약 중독 치료 병상과 전문의사를 더 늘리고, 지정병원인데도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2곳 밖에 없으므로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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