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부터 너도나도 “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을 보내고 병술년 새해를 맞아 소원성취하라”는 덕담을 보내기에 바쁘다. 그만큼 한해의 시작은 새희망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된다. 새해를 맞아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우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려 지혜를 모은다. 과거에 대한 반성도 빠질 수 없다.
최근 정치인들은 신년교례회 등 각종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하며 인사를 하고 얼굴을 알린다. 올 5월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발바닥과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다닌다. 공천을 받기 위해, 그리고 당선되기 위해, 나아가 세력개편을 통한 권력쟁취를 위해 이들이 벌이는 ‘아귀다툼’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끼니 걱정에 시달리는 어린 아이들부터,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방 한구석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지체장애인들과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여생을 쓸쓸히 보내고 있는 노인들까지 소외 계층에게 사실상 버림받은 삶을 우리 사회는 강요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와 파탄지경에 처한 농민들, 신용불량자들 등 심각한 사회 양극화 추세에 밀려난 절대 약자들도 새희망보다는 처절한 생존싸움에 목숨을 내버릴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보듬지 않고 “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을 보내고 병술년 새해를 맞아 소원성취하라”는 덕담을 내뱉는 것은 한낱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일 뿐이다.
빈수레에 진정 새희망을 가득 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상식이 최선이다. 뼈빠지게 일해봐야 남는 것 없는 세상, 돈이 돈을 먹고, 권력이 권력을 확대재생산하고, 허위와 거짓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 썩어빠진 세상을 뒤집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희망이 넘치는 건강한 새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