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제국의 건국 신화 중 하얀 피부를 가진 ‘창조의 신’ 비라코차(Viracocha)의 이야기가 있다. 비라코차는 폭풍과 태양의 신으로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며 잉카문명을 창조했고 전파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태평양 위를 걸어서 사라졌다. 비라코차는 사라지기 전 “나는 사라진 날과 같은 동일한 날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했고 잉카의 후예들은 아직도 비라코차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 하얀 피부를 가진 창조의 신 비라코차는 혹시 백색증(albinism) 환자는 아니었을까? 잉카인 중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은 아주 특이한 현상인 것이다.
고대로부터 백색증에 걸린 동물들은 행운을 나타낸다고 믿어 신성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백호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으며 신선만이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백구나 백사 등 백색 동물들은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백색증에 걸린 이들을 매우 불길하게 여겨 왔던 기록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백색증에 걸린 사람이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져 마녀재판으로 화형을 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가는 일도 있었다. 이렇듯 백색증에 걸린 이들을 ‘알비노(albino)’라 부른다. 아프리카 일부 나라에서는 알비노를 찾아 해치는 ‘알비노 사냥꾼’이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는 하얗게 태어난 알비노를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 주술에 사용하기 위해 신체 일부를 원하기도 했다.
알비노의 신체를 지니고 있으면 부자가 된다는 미신 때문에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2007년에 실제로 탄자니아의 한 동네에서 갑자기 괴한들이 어느 가정집으로 들이닥쳐 도끼로 알비노 아이의 다리 한쪽과 손가락을 잘라간 범죄가 일어났다. 또 알비노를 출산한 친부모가 직접 아이의 신체 일부를 잘라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 돈을 버는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
알비노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미신 같은 소문이 퍼져 알비노 여성을 납치하는 사례도 빈번하여 많은 알비노 여성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기도 하다. 알비노라는 이유만으로 힘없이 당하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탄자니아에서는 2016년에 유엔 회의를 열어 알비노 보호대책을 논의하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알비노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알비노는 사람에게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고 동물들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2013년에는 영국에서 어미 바다표범이 자신의 새끼가 알비노이기 때문에 버리는 일이 있었고, 동물을 다루는 방송에서도 새끼가 알비노라는 이유로 버리는 어미 라쿤 사례를 방영하기도 하였다.
알비노 동물들은 희고 밝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나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어 희생당하는 일도 많다. 케냐 북동부에서는 세계에서 3마리 밖에 없었던 알비노 기린 중 2마리가 밀렵꾼들에게 잡혀 희생되고 1마리만 남게 되었으며, 바르셀로나 동물원에 전시된 고릴라는 알비노 질환 때문에 희귀 피부암에 걸려 안락사시키고 말았다.
알비노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으로 온몸에 걸쳐 색소 세포에 멜라닌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백색증은 백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흑인 중에도 있어 머리카락, 눈썹이 흰색으로 변할뿐 아니라 피부색까지 하얀 흑인이 있다. 동양계에서도 백색증을 가진 이들을 찾을 수 있다.
백색증이라 불리는 알비노는 ‘하얗다’는 뜻의 라틴어 알부스(Albus)에서 유래되었고 인구 17,000명 중 한 명 꼴로 태어난다고 한다. 모든 인종에게서 나타나지만 통계상 백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알비노는 살짝 분홍빛이 비치는 듯한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백색증이란 말 그대로 모든 체모에 색이 없어 흰색으로 자란다.
알비노의 피부가 우유처럼 하얀 것은 효소 결핍으로 멜라닌이 거의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비노는 눈이 보통 분홍색 아니면 붉은 색이다. 홍채에 색소가 없어서 눈 뒤에 있는 망막의 혈관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세에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피부색은 노출된 햇빛의 양과 연관이 있다. 검은 피부는 햇빛에 노출이 많기 때문에 타지 않기 위해 또 엽산의 손실을 막기 위해 적응된 형태이다. 피부색이 검을수록 흡수되는 자외선이 줄어든다. 그러나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피부가 자외선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강한 자외선을 쬐면 화상이나 피부종양, 피부암 등 각종 피부질환에 쉽게 걸리므로 항상 선크림을 두껍게 발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름에 피부가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게 소매가 긴 상의와 긴바지를 입고 다녀야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홍채 색소가 없어 빛에 대한 눈부심이 심해 시력이 급히 나빠지며 심한 경우 실명까지 될 수 있어 평상시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눈을 보호하여야 한다.
주변의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며 활용하는 알비노들이 있는데 중국 모델 쉬에리 아빙이, 인스타그램에서 KIMI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모델 나스티아 지드코바는 알비노 때문에 왕따를 당했던 소녀 시절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활동 중이다. 에드가 윈터, 자니 윈터 형제는 둘 다 알비노로 미국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의 카스야 코지는 탤런트로 활동 중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질병이 있으며 약 30,000여 가지 이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백색증처럼 신체적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받고 무시무시한 범죄의 대상이 되는 야만적 행위들이 아직도 남아있고 또 이상한 시선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머리카락, 눈, 피부의 색상이 다른 것뿐이다. 그래서 비타민 D를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 뿐이다.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거나 별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없어야 되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세상 사람들의 인권은 모두 평등하며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알비노 모델 KIMI의 인생의 고뇌를 품은 듯 우수에 젖어 있는 사진 속 미소를 바라보다가 연민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