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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고조되는 한반도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9-04-15 11:44:43 입력

북은 핵 무장 강화, 남은 PSI 가입

북한이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비난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공식 채택한 직후, 북한은 핵무기 및 인공위성 발사 추진체 계속 개발 선언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6자회담 불참과 기존 합의 파기는 물론 핵시설 불능화 원상복구와 경수로 발전소 건설도 언급했다. 북한 외무성이 14일 발표한 성명의 전체 내용도 그렇지만 사용한 단어도 전례 없이 강경하다.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험난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관계도 더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북한은 핵무기 증강 등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남한은 북한이 전쟁선포로 간주한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결정했다. 남북이 마주 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과거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올린 남북간 공든 탑이 계속 무너져 내렸는데 그 붕괴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6자회담에 절대 참가치 않겠다고 선언해 모든 대화 통로도 당분간 차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더 심화되고 무력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국제사회와 국내외 언론은 북한의 발표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면서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다. 북한 발표 후 국내외 증시 등 금융시장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북한의 핵실험 재개,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로켓 발사 등이 현실화될 때도 유지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이 무용지물이 되면 북미간 양자 대화, 또는 북미중 3자회담 체제로 대체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성급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결연한 태도로 보아 그런 시스템이 등장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초강경 선언은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북한이 6자회담 거부, 핵무장 강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자국의 인공위성 발사를 유엔 안보리가 비난하고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공식화 한 것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는 국가 자주권에 속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7천개 전후의 인공위성이 발사되었지만 한 번도 국제적 제재가 가해진 적은 없었다. 북한은 이런 점을 들어 안보리 결정을 주권 침해로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처음에는 중국, 러시아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는데 이를 끝까지 유지해 안보리가 정상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의장성명에서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비난하는 내용에 합의, 원칙을 저버린 것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위상을 스스로 허문 것과 같다. 중국의 태도는 북한이 6자회담 완전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격렬한 반발을 촉발한 주요인의 하나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악명 높은 일방적 외교를 청산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그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종래 부시 정부가 취했던 제국주의적 공세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에서 북한과 단독 협상 방식을 통해 회담을 추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무리수를 범했다. 미국은 북한과 합의한 뒤 말을 바꿔 새로운 제안을 내놓고 북한을 압박하는 부당한 방식을 멈추지 않았다.

국제사회나 언론은 6자회담 교착 국면에서 언제나 미국편을 들었다.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 식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전 세계에 TV 실황중계하면서 폭파했지만 그 후 핵 검증문제에 대해 미국이 말을 바꾸면서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이 북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마치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고 침공했지만 그것을 전혀 발견치 못한 것과 유사한 제국주의적 횡포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전 세계 비핵화와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의 제제 논의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 한편이 되어 대북 결의안 채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 성명이 채택되자 이를 구실삼아 PSI 전면 가입을 서둘러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외면하는 태도를 고집해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북측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공세적 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태도를 지속할 때 발생할 비극적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려는 것인지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은 언젠가 통일을 이룩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망각한 정치는 국제사회가 비웃는 넋 나간 정치가 아닌가!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09-04-15 11:46:20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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