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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유지되어야 한다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9-05-20 17:35:49 입력

남측, 6·15공동선언 준수…북측, 기업활동 보장 약속

북측이 지난 15일 ‘개성공단 법규 및 기존 계약 무효’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공단폐쇄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의 이번 통지는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에 대한 초강경 반발 후에 나온 것이어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측 정부와 언론은 북측이 개성공단내 관련 규정을 일방적으로 고치는 것은 대남 압박용 ‘초강경 카드’로 공단폐쇄 수순을 밟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날을 세운다.

그러나 남측 정부와 언론은 북측의 대남 압박이 6·15공동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준수와 실천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북측이 6·15공동선언의 성과물인 개성공단의 유지 발전을 공언한 사실도 외면, 사태의 해결보다 남북관계 악화를 방치 또는 조장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측의 개성공단에 대한 의미 부여를 고려할 때 공단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남측은 북측이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식의 공세를 펴고 있다.

북측이 취한 개성공단내 규정 백지화 조치에 대해 남측이나 미국이 비난의 날을 세우지만 그것은 북의 주권적 재량 사항에 속한다. 북이 아닌 외부에서 법률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단 정치적 논란의 소지는 있다. 북측이 개성공단 관련 토지사용료와 임금 규정을 수정하려 할 경우 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결정의 형식을 취해 법령 개정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살펴 남측 당국은 개성공단 유지를 중차대한 사안으로 여긴다면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했다.

남측 정부가 법치주의를 강조하듯 남북관계에서도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남측 정부는 정전상태 속의 남북교류협력이라는 특수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치 않으면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북측은 공단 참여 기업의 입장이나 공단의 평화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지난 해 말 이후 밝힌 개성공단 유지 발전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이 지켜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언급은 공단 참여 기업에 큰 충격을 준다. 세계가 주시하는 개성공단의 평화적 의미에도 흠집이 생긴다.

북측이 15일 남측에 보낸 개성공단 관련 대남 통지문의 뼈대는 “개성공업지구의 남쪽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우리가 통지한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다”로 압축된다. 북측의 이번 통지문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측은 ‘12·1 조처’를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했다. 북쪽은 지난 3월 한-미 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 기간 개성공단 통행을 3차례 전면 차단했고 지난 4월21일 열린 1차 ‘개성접촉’에서 “토지 임대차 값, 토지사용료, 노임 등 개성공단의 제도적 특혜들을 재검토 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의 개성공단에 대한 일련의 조치와 함께 언급된 공통 사항은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의 강조다. 북측은 ‘12·1 조처’ 직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기업활동은 특혜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고 4월21일 열린 1차 ‘개성접촉’에서도 개성공단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함께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지난 4월23일 보도한 북한의 ‘개성접촉’ 통지문에 따르면 북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특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위기에 처한 개성공업지구사업을 구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의 표시”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측의 이상과 같은 태도로 미뤄볼 때, 개성공단 관련 대남 통지문에 ‘개성공단에 적용해온 관련 법규와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가 언급되어 있지만 당장 개성공업지구가 마비 또는 폐쇄로 갈만큼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측은 15일 통지문에서 남측 당국과 개성공업지구의 제반 규정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이 또한 남북 당국의 지난 4월 개성접촉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특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남측이 이번 통지에 대해 또 다시 얼토당토 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접촉 이후 남측과 재검토 협상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 정부는 “현대아산 직원억류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이고 북측의 개성공단 관련 요구는 경쟁력, 기업환경에 중대 사항으로 신중 검토할 것”라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북측은 현대아산 직원 문제와 개성공단내 규정 협상 문제는 별개라면서 맞서왔다.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이 줄다리기를 한 것에 대한 북측의 대응조치가 15일 통지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측 정부는 남북관계 추진에서 좀더 솔직해야 한다. 지난 4월 개성접촉 당시 남측 정부는 접촉 직후 북이 전한 5장반 분량의 통지문 중 10줄에 해당하는 내용만 공개했다. 남측은 북측이 대남 특혜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관련한 내용만을 공개하고 “개성공단이 6·15공동선언의 상징이며 ‘우리민족끼리’ 이념의 소중한 산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 후 연합뉴스 등에서 관련 보도가 나왔지만 여론은 ‘북측이 개성공단을 실질적으로 폐쇄하려 한다’는 쪽으로 굳어진 뒤였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했다면 그것은 매사를 남북대결적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정전체제 속에서 남북이 이룬 평화와 교류협력의 상징이다. 군사적 대치가 세계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진 개성과 금강산이라는 평화 지대는 소중하게 가꾸지 않으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달걀과 같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그 이전에 쌓아올린 교류협력의 공든 탑이 지난 1년여 만에 얼마나 신속히 무너질 수 있는가를 모두 목격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서로 체제가 다르다는 기본적인 차이와 함께 남북이 정전체제라는 비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이 평화통일의 민족적 과제를 유념한다면, 교류협력의 기본선은 반드시 지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09-05-20 17:38:04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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