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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자율
  2023-08-18 09:35:35 입력

아프리카에는 스프링복(springbok)이라는 산양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몇 마리씩 살다가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늘어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산다. 

그런데 커다란 무리를 형성하게 되면 자신들도 모르는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무리의 뒤쪽에 있는 양들은 뜯어먹을 풀이 부족해서 본능적으로 앞으로 밀고 나가려다 보니 서로 밀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앞으로 나가 풀을 차지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든 산양이 덩달아 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뛰는지 모른 채 뛰다 보니 멈출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광란의 질주는 언제쯤 멈추게 될까? 안타깝게도 벼랑 끝에 다다를 때이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산양들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90%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은 후 그 질주는 끝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산양들은 다시 흩어져 살다가 또다시 큰 무리를 이루고 떼를 이어 질주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며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다. 굳이 뛰지 않아도 될텐데 산양들에게는 그런 판단이 없고 어쩔 수 없는 본능에 따라 또다시 집단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삶은 스프링복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우리에게도 강력한 모방 본능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길을 가기보다는 앞사람의 뒤꽁무니를 쫓아가거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기가 쉽다. 문제는 그러한 삶이 스프링복처럼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뛰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능동적이지 않고 그저 떠밀리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자율적으로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떠밀려 사는 삶을 유사자율(pseudo-autonomy)이라고 한다. 유사자율은 자율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 내적으로는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당하거나 이끌리는 상태로, 스스로는 자율적으로 행동한다고 착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일찍이 학창시절 이런 유사자율에 익숙해져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은 대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야간자율학습이지 사실은 강제에 의한 억압된 학습인 것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자율학습에서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고 엄한 선생님 통제 하에 실시되었던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동의하지 않은 공부를 강요당하면서 그것을 자율이라는 말로 포장해 왔으니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율이라는 말 자체에 혼란을 느낄 뿐 아니라 자율이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지 아예 모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스포츠에서도 그렇다. 많은 야구 구단에서 자율훈련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코치나 감독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데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있겠는가?

유사자율은 결국 타인의 기대나 영향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차를 운전해 목적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차를 대리 운전해주며 다른 이의 목적지로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차를 타고 자신이 정한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유명한 통신회사에서 무작위로 수십만명에게 전화를 해서 행복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회사에서 질문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지금 무엇을 하셨습니까? 둘째는 그래서 지금 행복하십니까?

이 두 가지 질문에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행동들은 ‘수다를 떨고 있다’, ‘재미있는 놀이를 또는 게임을 하고 있다’, ‘산책을 하고 있다’, ‘기도 중이었다’,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독서 중이었다’, ‘여행 중이었다’ 등으로 모두의 공통점은 똑같이 자유의지에 의해 철저히 자율적인 행동이란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들에 몰입되어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 즉 행복의 가장 중요한 행위는 철저히 자율적이고 몰입이 동반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율적이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행동 속에서 우리는 진정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이의 말에 끌려다니거나 유사자율적인 행동에 의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는 이런 유사자율에 속아 인생을 살아가기가 쉽다. 선생님의 인도, 부모님의 기대, 주위 사람들의 시선 등에 의해 내가 유사자율에 이용당하지 않는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맞서야 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이비인 것이다. 진실인 척하는 것들이다. 거짓은 눈에 잘 보이지만 사이비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이 짝퉁임에도 진품이라고 믿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이 진짜인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진짜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최근 넷플릭스에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사이비 종교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잘못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다큐멘터리다. 꼭 이런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바로 살지 못하는 유사자율적인 삶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들이 규정한 착한 며느리, 착한 아들, 효성 지극한 딸, 희생적인 부인 등의 규범에 얽매여 자신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유사자율에 익숙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도 마음껏 웃으며 자유인으로 행복을 누리시길.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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