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아부지 뭐 하시노?”
영화 <친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요즘도 개그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환되는 단골 소재다. 하지만 이 짧은 질문은 심각한 학교폭력의 원인이 담겨 있다.
단순히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데 끝나지 않고 비극의 출발점이 된다. 장의사인 아버지의 직업을 부끄러워 하는 동수, 건달인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준석은 듣고 싶지 않은 질문에 답변을 강요당한다.
사실 교사는 아버지의 직업을 훈육(사실상 폭력)의 명분으로 삼고자 했다. 그 결과, 동수는 교사의 폭력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지만, 준석은 참다못해 교사에 대항해 교실을 뛰쳐나간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준석의 정체를 알게 된 교사는 다른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폭력을 자행한다.
이 장면은 신성한 교실이 폭력 사건 현장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준석과 동수는 의도하지 않은 학폭 사건에 휘말리게 돼 퇴학을 당하고 조폭의 길을 걷게 된다. 학생의 자존심을 짓밟는 교사의 말 한마디가 어린 두 학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은 셈이다.
천당과 지옥은 말 한마디에 결정된다. 만약 교사의 비수 같은 말 한마디가 없었다면 동수와 준석은 조폭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말 대신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절한 말 한마디가 타인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단순한 진실이 학교폭력 예방의 출발점임을 잊지 말자.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청소년범죄 담당사무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