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매년 모든 공공기관의 종합청렴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공직의 청렴 인식과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평가체계는 크게 청렴체감도(60%)와 청렴노력도(40%), 부패실태(감점)로 구성되며 총점을 합산하여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2022년도 병무청의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보면, 청렴체감도 분야에서 87.9점을 취득하여 전체기관 평균 점수(82.1)보다 5.8점 높게, 차관급 기관 평균 점수(83.1)보다는 4.8점 높게 나타났으며, 청렴노력도 분야에서는 88.3점을 취득하여 전체기관 평균 점수(82.2)보다 6.1점 높게, 차관급 기관 평균 점수(88.5)보다 0.2점 낮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병무청의 종합청렴도는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청렴의 정도가 꽤 높은 기관임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병역비리로 얼룩졌던 조직의 오명을 씻고자 직원들 스스로 끊임없이 자정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하며,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평가 결과 중 청렴체감도 수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공공기관 청렴체감도의 평균 점수인 82.1점을 외부와 내부에서 평가한 점수로 구분하여 보면, 외부에서 느끼는 청렴체감도는 매우 높은 데 비해 내부에서 느끼는 청렴체감도는 낮게 나타나 큰 점수 차이를 보였다. 평가항목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 만 해도 ‘공직사회 내의 청렴의식과 문화 개선’ 평가 항목 점수가 높았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한다면 다소 과한 것일까? 의식의 변화와 가치의 기준이 세월의 흐름을 훨씬 앞지르며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청렴정책도 제자리에서 멈추어 있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수치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청렴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 기관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조직 내부의 청렴 정착을 위한 과거의 정책은 대부분 외부와 내부의 접점을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업무의 취약분야를 찾아서 개선하거나, 대국민 홍보를 통한 부조리 신고와 예방 활동을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청렴 정책들은 내부와 내부의 접점에 무게를 두고 좋은 정책들을 다수 도입하여 시대의 변화를 좇고 있다.
첫째, 민간인을 ‘청렴국민감사관’으로 임명하여 청렴과 관련하여 불합리한 제도·관행·업무절차 등을 발굴하고 개선·시정을 권고하는 등 참여를 활성화함으로써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조리를 예방하고자 하고 있다.
둘째, 직원들의 청렴의식 함양을 위해 주입식 전달 교육을 선회하여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청렴 마일리지를 신설 또는 상향하여 성과상여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청렴 우수 직원을 해외연수 직원 선발 시 우선하는 등의 방식이다.
셋째, 조직 내 위험성 진단 항목을 개선하고 신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다. 계약이나 물품구입 등에 더해 소극행정과 성차별, 갑질 등으로까지 진단 항목을 확대하고, 신고시스템에 접속 시 인증을 생략하는 등 접근성도 지속 개선하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정책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들의 청렴에 대한 필요성 공감과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구의 노력 없이 공감과 이해만을 기다리는 모습 또한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다. 지혜를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순환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청렴과 관련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만큼 많이 인용되는 분도 없을 것이다. 그분이 저술하신 목민심서가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와 기준으로 공직자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 역시도 목민심서에 수록된 선생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맺을까 한다.
“복은 청렴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은 자신을 낮춰 겸손한 데서 생기고, 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재앙은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