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까지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당시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보다 근본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판단된다. 즉,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금의 판단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Carol Dweck)은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자 하는 학생들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누었다. 그것은 평가 목표를 가진 학생과 학습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다. 평가 목표를 가진 학생은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증명해 보이고자 공부하는 학생들이고, 학습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더욱 익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캐롤 드웩에 의하면 이들은 초기에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공부의 난이도가 높아지게 되면 공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즉, 평가 목표가 중요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걱정되어 자꾸 도전과 노력을 꺼려하지만 학습 목표가 중요한 학생들은 어려운 것에 흥미를 가지고 도전과 재도전을 계속해서 성적을 향상시킨다. 평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난 똑똑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학습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난 배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 목표만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잘 준비하였다가도 결정적인 시험을 앞두고 노력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스로 믿고 있는 주관적 우월감이 객관적 평가를 통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을 느끼기 때문에 의식적, 무의식적 자기 방어에 매달리게 된다. 즉,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당히 핑계 댈 구실을 찾으며 정작 시험이 임박했는데도 친구들과 놀거나 이유 없이 몸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샐프 핸디캐핑’(self-handicapping)이라 한다. 평가 목표를 중시하는 학생들은 학교 시험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이것은 자신이 못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이 아팠다거나 책을 잃어버렸다거나 친구의 권유에 못 이겨 놀았다거나 등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일에 길들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평가 목표보다 학습 목표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부모나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학습 목표를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여야 한다.
“너는 똑똑해. 잘 할 수 있어. 우리는 너를 믿고 있어”라는 평가 목표를 자주하게 되면 십중팔구 아이는 어려운 공부를 이겨내지 못한다. 그에 비해 “하면 할수록 나아질거야.” “지난 번보다 이런 점이 좋아졌네.” “잘 안되는 것은 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학습 목표를 중시하도록 지도한다면 아이는 유능함의 욕구를 잃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목표에 의해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와 숙달 목표(mastery goal)다. 성과 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두는 목표이고 숙달 목표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성과 목표를 가진 사람은 좋은 결과와 실적을 나타내야 한다는 초조감으로 불안한 삶을 살게 되고 극단적으로 좋은 결과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숙달 목표를 가진 이들은 내용면에서 향상되고 숙달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에 대해 당연히 거쳐야 할 학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하거나 질투하기 보다 기꺼이 배우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성과 목표를 가진 이들보다 숙달 목표를 가진 이들이 좀 더 안정감 있고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의 성공을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경쟁 관점에서 보는가? 아니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성장 관점에서 바라보는가는 큰 차이점을 나타나게 된다. 숙달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내적 목표를 갖게 되고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하고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숙달 목표를 가진 사람은 승진이나 물질적 보상에 염두를 두는 외적 목표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려도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이 끓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증기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압력밥솥처럼 일정한 공간 안에 모여 있는 증기는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다. 실린더에 갇힌 증기가 거대한 증기 기관차를 움직이는 것처럼 인생도 마음도 마찬가지다. 몰두하는 삶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빛을 발하게 되어있고 어딘가에 집중하는 마음은 힘을 얻어 삶을 바꾸게 된다.
열정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처음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를 주는 일은 찾기 어렵다. 방향을 잡고 목표를 정하면서 점점 더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공부할 때는 평가 목표가 아니라 학습 목표를 가지도록 지도해야 하며 일을 할 때는 성과 목표가 아니라 숙달 목표를 가지도록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다. 목표를 잘 정하고 에너지를 집중해서 남은 인생에서 아름다운 삶의 목적을 잘 달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많이 웃으면 성과 목표가 아니라 숙달 목표로 삶의 목표를 수정할 수 있다.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 되시길.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