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양주1동사무소 앞 주내역전식당 안에서 구수한 노랫가락이 퍼져오른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었을 때 소리를 잘 해 여자들이 줄섰다는 강효근(84) 할아버지, 약주 몇 잔에 흥이 돌자 자연스럽게 노래가 술술 흘러나온다. 한편으로 황정섭(70) 할아버지와 황주택(70) 할아버지. 황성현(71)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 기억을 되새기느라 바쁘다.
“그 아무개 말이야. 그래 그 친구.”
“아무개? 죽었어. 몇 년 전에 죽었는데.”
“죽었어?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말했어. 니가 까먹은거지.”
“나도 몰랐는데?”
“형님은 그 때 딴 데 살았잖아. 사는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가서 ‘누구 죽었소’하고 말해?”
부음(訃音)은 무거운 이야기지만 영감님들은 농처럼 말을 주고받는다.
“옛날에는 60살만 넘으면 갔는데(죽었는데) 지금은 잘 먹어서 오래 살아.”
작은 문으로 김정규(83) 할아버지가 들어서자 “형님 오셨네. 이리 앉으슈!” 하며 다시 한번 왁자지껄하다.
“어릴 때 꼬맹이 시절부터 다 이곳에서 같이 살았지. 70여년을 같이 투덕거리며 살아온 거야. 이 동네는 우리 아버지도 살고 할아버지도 살다가 간 곳이지. 옛날에는 외진 벌판이었는데 어느덧 집들 들어서고 길 넓어지는 거 보면 기분이 묘해.”
6.25부터 현재까지의 지역사를 떠올리는 황정섭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옛 추억이 흐른다.
“저 밖에 지나가는 거 누구 아니냐? 불러!”
지나가는 사람 안면 있으면 부르고, 지나가던 이도 반가운 사람 얼굴 보고 들어오면서 어느덧 식당 술자리에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간다.
“이 형님 손에 죽고 싶어?” “자꾸 그러면 내가 사자되어 머리맡 찾아갈라우.”
밉지 않게 티격태격하는 영감님들의 대화에는 상상도 못할 70여년을 이어온 우정이 배어 있다.
“청춘을~ 돌려다오~”
강효근 할아버지의 노랫소리가 오후 햇살과 함께 식당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