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면치료사인 안드레아 크라우치(Andrea Crouch)는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최면을 건 다음 이렇게 말했다. “위의 3분의 2를 묶어버릴 겁니다. 앞으로는 위의 3분의 1밖에 사용하지 못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헤드폰을 통해 실제로 수술할 때와 똑같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수술 부위를 소독하는 소리, 의사의 지시 소리, 간호사들의 대답 소리, 가위로 무언가 자르는 소리 등 두뇌에 수술할 때와 똑같은 전기신호를 보내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짜 수술을 받은 비만 환자들은 그 후 실제로 수술을 받은 것처럼 훨씬 덜 먹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석 달 만에 20㎏이나 몸무게가 줄은 결과도 나타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브루스 모슬리(Bruce Moseley) 박사는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째 그룹 환자들은 그들의 무릎 연골을 관절 내시경을 통해 완전히 긁어냈다. 두 번째 그룹 환자들은 그들의 손상된 연골 세포들만 긁어냈다. 세 번째 그룹 환자들은 가짜 수술을 했다.
즉, 무릎 세 군데를 작게 절개해 진짜로 수술하는 것처럼 시늉했다가 무릎연골은 건드리지 않고 봉합했는데 진짜 수술을 할 때와 똑같은 오감 신호들을 보내주었다. 무릎을 긁어내는 도구 소리와 함께 의료진간의 가짜 대화도 들려주었다. “수술 잘 되었네. 무릎에 식염수 뿌려 주겠나.” 이렇게 식염수를 뿌리는 소리까지 흉내냈다.
모슬리 박사는 수술 후 2년 동안 세 그룹의 환자들의 활동을 관찰하였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진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전혀 나은 게 없었다. 오히려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가짜 무릎 수술을 받은 이들이 TV 뉴스에 공개되었고 활발하게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되자 미국 시청자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모슬리 박사는 솔직히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놀랐습니다. 우리가 하는 무릎 연골 수술이 가짜 수술만도 못하다니. 어떻게 보면 진짜 수술의 가장 큰 목표도 환자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것이 아닐까요?” 환자들은 수술했기 때문에 이젠 나을거야라는 믿음으로 나았을 겁니다. 그런 믿음이 들도록 전기신호만 두뇌에 보내주어도 실제로 수술 효과가 생긴다.
이와 같이 가짜로 치료법을 시행하거나 효과 없는 가짜 약을 제공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 또는 위약 효과라고 한다. 심리적 요인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인 것이다. 플라시보(placebo)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기쁨을 주다”, “즐겁게 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랜 질병이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일수록 플라시보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우울증이나 불면증 환자의 증상을 일부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현재 위약 처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윤리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환자가 진짜 약이 아닌 가짜 약이 처방된 사실을 알았을 때 법적인 문제가 발생될 수 있고 오히려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약품을 개발할 때 해당 약이 실제 임상 효과가 있음을 보이기 위해 흔히 가짜 약을 투여한 집단과 진짜 약을 투여한 집단의 상대적 효과를 비교하는 플라시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실험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나 대개 효과가 좋은 경우를 살펴보면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신임하면 신임할수록 효과가 좋고 한 번 약을 먹어서 그 약의 효과를 본 환자일수록 효과가 좋다. 그리고 똑같은 약이라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복용하면 효과가 더 크고 솔직하고 순진한 성격의 사람일수록 새로운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므로 효과가 더 크다.
우리는 어렸을 때 배가 아플 때마다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엄마가 손으로 배를 쓸어 주면 서서히 복통이 가라앉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배를 쓸어 주면 그런 경험이 없던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좋아졌던 경험이 있으면 이 기억은 오래 지속되어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비슷한 효과가 학습되는 것이다.
더구나 환자가 보살핌과 염려의 대상이 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더 나아가 한 개인이 그 질병을 다스릴 수 있고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될 때 플라시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결과도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즉, 부정적이고 나쁜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 경우에 실제로 통증이 심해지거나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노시보(nocebo) 효과라고 한다. 괴질이 돈다는 소문이 돌 때 마을사람들이나 한 학교의 재학생 상당수가 이유 없는 설사나 통증을 호소하며 괴질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적 불편감이나 통증을 유발하거나 집단적인 히스테리 현상의 발생 원인도 이 노시보 효과에 의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플라시보로 인해 좋아진 사람이 사실은 병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며 인간에게는 자연 치유 능력이 있음도 이해해야 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꾀병 환자가 나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픈 사람이 뇌나 정신의 자연적 자가 치유 능력이 발현된 것이다. 수많은 임상연구에 의하면 플라시보 효과에 의해 30% 정도의 환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치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시보는 허상이 아니라 우리 뇌 속에서 실현되는 정신 작용의 일부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웃음도 우리 뇌 속에서 실현되는 정신 작용의 일부다.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