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외손녀가 태어났다. 외손주는 내리 4명이 모두 남아였는데 5번째 처음으로 손녀인 것이다. 영상으로 종종 얼굴을 보여주는데 자주 미소짓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생후 2개월 신생아들은 하루 400회 정도 웃는다고 한다. 3D 초음파로 보게 되면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서 7개월 정도 되면 웃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한다.
웃음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DNA에 의해 유전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몇 가지 물리적 감각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고 그동안 여겨져 왔지만 사실은 웃는 모습에 관심을 가진다. 태어난 지 한 달 이상만 되면 아기들은 기분 좋은 얼굴을 인지하고 웃는 얼굴에 관심을 가지는 뛰어난 감정 전문가가 된다. 찡그린 표정과 시무룩한 엄마의 감정이 웃는 엄마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얼굴만 보고도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나서 제일 먼저 구별하는 것이 엄마나 양육자가 웃는 얼굴인지 다른 얼굴 표정인지 구별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얼굴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워가는 것이다. 아기들이 웃음을 가장 민감하게 구별해 내는 것은 자신을 다정하게 돌봐주는 양육자가 누구인지 관찰하고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고 생존 본능의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 웃음을 구별하는 일인 것이다.
웃음은 애착이 자라나는 씨앗이다. 애착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웃음에서 애착이 나오는 것이다. 아기와 엄마가 주고받는 가장 분명한 것이 바로 웃음이다. 아기가 보여주는 환한 웃음에 엄마는 모든 피로가 씻겨져 나가고 아기를 죽도록 열심히 보살피려는 충성을 맹세하게 한다. 또한 엄마의 애정 어린 눈빛에 아기는 죽을 힘을 다해 엄마에게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 웃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 통계적으로 보면 10~20%의 산모들이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을 앓는 엄마들과 그렇지 않은 엄마들의 얼굴 표정은 크게 다르다. 우울증을 앓는 엄마들은 훨씬 덜 웃을뿐만 아니라 아기가 옹알이를 해도 잘 호응해 주지 않는다.
마이애미 대학교 의과대학 터치연구소(Touch Research Institute) 소장이며 소아과, 심리학과, 정신의학과 티파니 필드 교수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수십년 동안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아기들을 관찰해왔다. 결론은 우울증에 걸린 엄마 손에서 자란 아기들은 산만하거나 활기가 없으며 정상 부모 손에서 자란 아기들에 비해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아기 스스로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 손에서 자란 아기들은 웬만해선 웃지 않으며 옹알이도 훨씬 덜 하고 잘 놀지도 못했다. 실제로 실험 데이터를 보면 우울증을 겪는 엄마가 아이 곁을 떠날 때 오히려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일반적인 상황과 정반대인 것이다. 엄마가 곁에 있어도 정서적으로 교류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기에게 매우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우울한 엄마로 인해 우울해진 아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다정한 어른들마저도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엄마 손에서 자란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보다 웃는 표정을 담은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웃는 얼굴이 그만큼 낯설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심리학에는 작동모델(working model)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아기들이 처음 맺는 중요한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이 관계 속에서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아기가 웃어주는 어른을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 먼저 웃음으로 어른을 유혹한다면 평생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집착하고 매달리며 비굴한 삶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큰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 그래서 우울증을 앓는 부모 손에서 자란 아이들은 화가 났을 때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당연히 사교적 기술도 떨어져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아기 때부터 웃음을 보여도 부모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웃음을 보이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우울증이 생후 1년 정도 지속되면 아기의 신체적인 운동능력과 정신적인 건강 등 전반적인 성장발달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아기는 생후 7개월만 되어도 얼굴 표정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친숙한 경우에는 더 일찍 식별하기도 한다. 아기는 엄마의 겁에 질린 표정, 불행한 표정, 억눌린 표정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방치되거나 학대받으며 자라는 아기들은 어른들의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대신 화난 얼굴을 보면 유독 민감하게 주목한다고 한다. 학대받으며 자란 미취학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화난 얼굴을 지나칠 만큼 정확하게 인식해내고 심지어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도 화난 표정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아기에게 평생 성격을 미칠 수 있는 웃음은 그래서 너무 중요하다. 손녀와 화상 통화를 할 때마다 다섯 번 이상 웃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해본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건강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