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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은 자기의 목소리만을 높이는 일방통행식이다. 그의 주례 라디오 연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뿐 국민의 소리는 들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청와대 대변인이나 한나라당 고위직들의 입을 빌어 내놓는 대통령의 목소리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은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즉각 MBC 경영진은 물러가라는 식의 초법적 논리를 제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내세우자 ‘현 정부는 부자정부가 아니라 부자를 만드는 정부’라고 거든다. 이런 태도는 최소한의 대화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 정부의 일방적 소통이 얼마나 수준 이하인 지를 드러내는 사례는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는 것은 세상을 향한 지도자의 최소한의 덕목이다. 대통령의 언행이 좌충우돌 식이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그는 취임 이후 ‘강부자, 고소영 정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부유층을 고위직에 기용하면서 부유층의 이익을 우선 챙기는 정책을 삽질하는데 바빴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서민경제를 위한다고 말하니 천하가 비웃고 있다. 그는 교육에 시장경쟁논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 자사고, 국제중이 등장하도록 하더니 생뚱맞게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사고, 국제고를 만든 것만으로도 사교육비 출혈경쟁에 불을 댕긴 것인데 그에 상반된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그의 이런 언행불일치는 ‘오른 쪽으로 달려가면서도 말로는 왼쪽을 간다고 말한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은 언론의 국정관련 보도가 적절치 않아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였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는 말도 중요하지만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은 한정된 예산을 집행하는데서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강부자, 고소영 정부’로 규정된 것은 정부 정책과 예산이 부자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일부 극소수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정치철학을 바로잡아야지 대통령이 말만으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면서 라디오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관료 인선과 정책을 통해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번에 청와대가 지명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내정자도 어김없이 수십억 부동산 소유자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들이 의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고 있다. 1% 부자를 위한 인선과 정치만이 이뤄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99% 국민을 라디오로 설득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라디오 대담에 대한 국민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정부의 홍보시스템이 잘못되어 국민과의 소통이 안 된다는 논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가 대표적인 예다.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십여 년 전에 일방적인 정부 홍보라는 이유로 폐기되었던 시스템이 다시 등장한 것은 이 정부의 소통에 대한 발상이 얼마나 뒤떨어진 것인지를 웅변한다. 국민적 비판과 반대를 잠재우기 위한 홍보비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영화 관람객들의 문화주권을 침해하는 식으로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주입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청와대 대변인이 MBC 경영진 퇴진을 언급한 직후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던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의 KBS 이사직 박탈은 위법이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 전 이사가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명처분 무효 확인 등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판결이 난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의 기소 이유를 사법적인 최종 판단으로 삼아 폭언을 퍼부은 중대한 과오를 저지른데 대한 비판이 들끓지만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의 이런 모습은 이명박 정부가 소통의 전단계인 법치와 최소한의 양식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9일 한나라당이 진정 서민을 위해 왔다면서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 기득권 옹호 정당이라는 비판은 사실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해괴한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4대강 살리기에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주는 충격을 덮어버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꼬리표가 붙은 것인데, 박 대표가 그것을 거드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22조원은 건설재벌, 부동산재벌의 지갑으로 들어갈 뿐 일반 국민은 수질오염, 환경파괴의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번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부자와 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펴면서 부유층에 대해서는 감세 혜택을 주면서 그 부족분을 서민층이 부담토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감세로 인한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술, 담배 값을 올리고 에너지효율이 낮은 가전제품 등에 에너지세까지 신설한다는 방침으로 국민들의 등허리는 더욱 휠 전망이다. 여기에다가 가스,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커피, 피자, 철강, 휘발유, 극장요금 등의 값이 줄줄이 오르고 밀가루 값 등도 들썩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1% 부자들에게 편중되고 서민을 외면한 정책 결정과 예산배정이 끝난 뒤 서민을 말로 챙기는 해괴한 짓을 하고 있다.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의 소통 시도는 국민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부가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대학입시 제도를 손보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관련 행정부처 등에서는 사교육을 줄일 획기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떠든다. 현 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시장논리를 반영해 교육의 판을 다시 짜겠다면서 자사고나 국제중을 설립하고 대학입시를 대학에 맡기는데 앞장섰다.
그것은 사교육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킬 부작용을 안고 있는 조치였는데 이번에는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내신과목 축소, 밤 10시에 학원 문을 닫는 조치를 취하려 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는 변칙적이고 음성적인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의 언행은 천하가 지켜본다. 대통령의 말도 중요하지만 그의 행동은 더욱 중요하다. 일반 국민들은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정권을 판단한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의 말과 행동이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국면 호도용이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다. 이 대통령은 소통의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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