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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1일자 <한겨레>가 보도한 사진. |
양주·동두천 출신 한나라당 김성수 국회의원이 이제야 ‘여의도 정치’를 몸소 실감할 것 같다. 7월22일 국회에서 벌어진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투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똥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됐다. 비참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뇌부가 결정한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법안 내용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거수기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입법기관이라고 칭하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의회정치가 아니라 독재정치다.
김성수 의원은 한나라당의 날치기 ‘의회 쿠데타’가 기습적으로 진행되기 이틀 전인 20일 <한겨레>가 촬영한 사진 속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한나라당이 언론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선점하려는 작전을 쓰는 와중에, 김성수 의원이 신문을 펴놓고 의자를 잇대어 자는 모습이다.
참으로 측은하게 보이는 이 장면은, ‘여의도 정치인’으로 본격 입문한 ‘초선 의원 김성수’를 제대로 기억하게 만든다. 57살의 나이로, 본회의장을 지키다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졸고 있는 김성수 의원. 지역에서는 시장과 더불어 최고 권력자로 행세하는 정치인의 참담함이다.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면서도, 국민 63%가 반대하는 언론법을, 그것도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날치기 처리한 비참함이다.
‘인간 김성수’는 가련할지 모르지만, ‘정치인 김성수’에게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김성수 의원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의회 쿠데타’를 수행한 호위병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김성수 의원은 지난 총선 막바지에 ‘박근혜 지원영상’을 동네방네 틀어대며 표를 호소하는 선거방식으로 간신히 당선됐고, 선거운동 기간에는 그의 홈페이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의 아이피를 추적하여 차단하는 독재적 추태를 부렸다. 금전거래가 불투명한 것은 유명하다.
그런 그가 당선된 뒤 보여준 정치행보는 그나마 이같은 약점을 만회하려는 듯 보였으나, ‘날치기 부자정당’ 한나라당의 굴레 속에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거수기 역할에 자긍심을 느낄지 자괴감을 느낄지 궁금하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