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희상 국회의원은 말하자면 ‘식물 부의장’이다. 4선 중진의원으로 야당 몫인 국회 부의장 자리에 앉았지만, 밖에서 보고 있자면 제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처지다.
그가 7월26일 [문희상의 희망통신]에서 밝힌대로 진작에 부의장직을 버렸어야 했다. “빌붙어 (부의장) 방이나 지키고 있다는 개인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은 감수하더라도 국민이 주시는 녹만 축내고 있다”는 말은 틀림없는 진심이다. 정말로 “의자가 바늘방석”이겠지.
“‘국회부의장 문희상’은 없다고 생각했다. 직권상정이 임박했다는 상황보고를 듣고 국회의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만 깨달았다.”
그렇다. 이제 야당 몫 부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고뇌의 충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실천이다. 말만 해서는 안된다. 물론 솔직한 심정을 국민에게 고백하는 게 정치인으로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 문희상 의원은 그걸 했다. 이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결과는 모아니면 도다. 의원직 사퇴서를 정세균 대표에게 일임했다. 헌법재판소가 민주당 손을 들어주면 의원직 사퇴서는 종이조각이 될 게 확실하다. 언론법 날치기에 대한 항의표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만약 한나라당 손을 들어준다면? 색바랜 의원직 사퇴서는 역시 종이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부재의 엄혹한 현실”과 민주주의 회복 등을 명분 삼아.
이미 18대 국회는 권능이 사라졌다. 국민이 등을 돌렸다. 그들만의 세상이다. 특히 숫적 우세를 점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세상이다. 국회가 난장판이 되고, 법과 상식을 유린하고,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거수기와 하수인으로 전락한 마당에, 야당 몫 부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어차피 의원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못할 바에야 ‘감당하기 버거운 무력감과 참담함’으로 ‘국민이 주는 녹을 축내’며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고통이라도 벗자. 부의장직 사퇴서가 처리되든 말든 방을 빼자. 명예라도 택하자. 시간이 흐를수록 명예로움은 사라지고 구차함만 커진다.
개인적 결단과 당론이 충돌할 수도 있고, 정치적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등을 돌린 국회의 의미 없는 야당 몫 부의장 자리를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비열한 정치”와 싸워라. 그게 문희상이 사는 법이다. 의정부시민의 명예를 살리는 길이다. 본인의 말처럼 부의장직 사퇴, 의원직 사퇴, 정계은퇴를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당장 힘들다면 먼저 부의장직이라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백의종군하는 사즉생의 모습이 필요하다. ‘식물 부의장.’ 얼마나 치욕스러울까.
국민의 힘만 요구하지는 말자. 국민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면 실천이 필요하다. 실천은 곧 진심이다. 지성이면 감천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