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매장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거리로써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정작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지원은 얼마나 될까.
의정부시 산곡동에서 저농약 ‘송산배’를 재배해오는 홍석범(60)씨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의 열악한 현실을 털어 놓는다. “아무리 유기농, 무농약 재배라고 해도 소비자는 우선 싼 것을 찾습니다. 결국 정부에서 친환경을 떠들어도 재배 농민만 손해볼 뿐입니다.”
FTA의 태풍과 함께 미국산 쌀이 상륙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신토불이라고 하지만 어려운 주머니 사정 속에 저렴한 가격은 그 어떤 판매 전략보다 매혹적이다. 생산 과잉과 외래 과일에 밀린 고달픈 배 농가의 현실 앞에서도 홍석범씨는 올해 개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웰빙바람이다 뭐다 친환경이다 떠들지만 막상 찾는 사람이 없어요. 정말로 정부가 유기농을 키우고 유도할 생각이면 일괄 수매와 판매·유통 등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에는 배를 많이 심으라고 장려하더니 이제 과잉 생산이라며 뒷전입니다. 농가는 손해보고, 소비자는 비싸게 먹고. 이래서야 누가 배를 즐겨 먹겠습니다. 값싸고 맛있는 외래 과일이 범람하는 시기에, 농민들 힘들어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과실. 냉면이나 갈비찜, 김치 등에도 들어가며 과일 자체의 맛으로도 사랑받는 배. 홍석범씨는 3년 넘게 저농약 배를 재배하면서 의정부시 향토지적재산에 등록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배는 병충해가 많아 친환경 농법이 힘들다. 한번 심어 3~4년 되면 배나무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지만 그냥 가지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다고 해서 열매는 떨어지지 않는다.
전정작업, 솎아내기, 병충해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열매마다 봉지를 씌우는 것부터 틈틈이 거름과 소독을 병행해야 한다. 까치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연간 드는 손만 300명 이상. 1년에 40톤 이상 생산해도 수지맞는 ‘대박 장사’는 아니다.
“농사란 것이 다 그렇지요.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일기조건이 맞아야 해요. 결국 하늘과 땅 소관입니다.”
배는 삼한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측된다. 감기, 기침, 천식 등에 민간요법으로 사용될 만큼 효능이 입증된 배는 해열, 해독, 변비 제거 등 헤아릴 수 없는 약효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맛과 효능이 예전부터 유명했던 청실배는 본고장이 중랑천 주변, 현재의 의정부로 추정되고 있다. 그 명성을 이어받아 현재 ‘송산배’로 맛과 품질을 지켜오는 홍석범씨. 하늘은 높고 배나무 잎사귀에는 윤기가 흐르지만 무역개방과 소비자의 인식 부족 앞에 힘겨운 유기농 농민이 바라보는 새파란 어린 배들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