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금융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실업증가, 고용의 질 악화,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어 완전한 회복국면이 아니지만 최소한 위험한 상황에서는 벗어나 국민들도 경제회복에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는 국민들이 더 단합하여 국가의 도약을 위해 나서자라고 할 판인데 나라 돌아가는 형세는 오히려 그 반대상황이어서 당황스럽다.
위장전입, 탈세 등 현행법 위반 및 부동산투기 등 도덕적 흠결이 있는 자들이 총리, 장관 인사청문회에 올라와 국민들의 법의식과 가치관에 일대 혼란을 주고 있는데다 수백 수십년 세월 동안 만들어진 행정구역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뒤바꾸려고 하다보니 엄청난 갈등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점잖고 조용한 지역인 양주, 동두천도 최근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 논의에 휩싸여 매우 어수선한 실정이다. 냉정한 득실 판단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른 감정적 대응의 모습도 보여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가능한한 지역의 정치 현안에 대하여 발언을 자제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심화되는 지역의 분열상에 몇마디 하고자 한다.
행정구역 개편. 우리지역에서 나오는 의·양·동 통합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은 나름대로 일정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장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검토가 안되어 있는 듯하다.
헌법은 지방자치에 관하여 ‘제8장 지방자치’장에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제117조, 지방의회에 관한 제118조의 두 조문을 두고 있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이자 가장 중요한 사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의 복리”의 관점은 행정구역 개편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의·양·동 통합도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에 과연 보탬이 될 것이냐의 관점에서 논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정부, 양주, 동두천은 각 시가 독립된 자치단체가 된 이래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왔고 1991년 지방의회 구성,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출 이후 각 자치단체들은 주민복리를 위하여 지역특성과 주민들의 욕구에 맞는 독자적인 지역발전의 틀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통합의 명분 또는 당위성의 근거로 각 지역의 주민복리나 독자성과는 별개로 구 양주권(또는 양주문화권)의 통합, 지형적 특성과 동일생활권, 행정효율 증대와 각종 비용절감에 따른 지역발전의 계기, 통일대비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위 재통합의 논리에 대해서는 역사적 연원을 따진다면 시대적 필요에 의해 분리되어 온 현재 상태가 오히려 지역발전에 가장 적합한 것이다라는 주장도 타당하고 과거의 기준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조선초 이래 서울 동대문 밖이 양주라는 관점에 의하면 서울 북동부권은 구 양주에 포함되어야 하고, 의정부보다 나중에 분리된 구리, 남양주도 통합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되어 당위성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또한 생활권의 동질성을 따진다면 경기북부나 서울북부가 모두 1~2시간 생활권인데다 연천은 동두천 생활권이고 포천은 의정부에 가깝고, 양주 장흥은 고양이나 서울과 가깝다. 또한 의정부의 상당 지역은 서울 노원구, 강북구와 같은 생활권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여서 이 논리 역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외 다른 당위성도 그 내용과 효과가 너무나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통합의 당위성보다는 구체적 득실을 주민복리의 관점에서 깊이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의정부는 도시의 외형적, 양적 성장이 이미 상당 정도 이루어져 한계에 다가서고 있고 내적, 질적 성장 즉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문화적, 생태적 환경의 개선이 중요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주는 이제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옥정, 회천 등 대규모 택지개발 및 산업단지 건설 등이 추진되는 등 개발도상의 단계에 와 있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개발 욕구도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동두천은 지역 전체 면적의 42%나 되는 미군공여지로 인하여 지역발전이 극도로 제한되어 온데다 주한미군 재배치로 생존권조차 위협받는 상태에서 최근 독자적인 지역발전의 계기를 만들려고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특히 주한미군 공여지법에 따른 종합개발계획은 수립되었으나 정부의 예산지원 미비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동두천시만을 위한 동두천지원특별법의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법체계상의 문제와 일부 정부부처의 반대로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안된 상태이고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대로 그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렇듯 자치단체가 처한 상황이나 각 지역의 발전 정도나 특성을 고려할 때 통합의 이점이라고 제시되는 논거들인 행정비용 절감과 행정비효율성 해소, 도시 경쟁력 강화, 농촌경쟁력 약화 해소, 도농지역 균형발전 등의 주장들에 의문이 간다.
통합된 자치단체가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행정지원을 할 체계적 준비를 갖추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적 자원의 재배치, 사업 우선순위 결정, 지역 재원의 재분배 등을 함에 있어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또한 도시나 농촌의 경쟁력 강화나 균형발전은 매우 추상적인 구호로 오히려 낙후 소외지역에 대한 섬세한 관심, 지원이나 복지행정의 측면이 약화될 우려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
결국 한마디로 지역통합의 이득은 추상적인데 그로 인한 손실은 구체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본질이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주의를 기초로 하고 주민자치와 단체자치가 그 요소로 성립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의·양·동 통합은 그 목적의 순수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절차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지역통합이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주의 원칙에 맞게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의사에 기초하여 밑으로부터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필요성 제기, 정부의 통합 지원책 발표,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의 선도 추진 등으로 숨가쁘게 진행되는 모습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행정구역 개편, 즉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고 고민해야할 사항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역에 적용시켜 실제 통합을 이루는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기초하여 다수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통합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와 종속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려면 자치재정권과 도시계획권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이양하겠다는 실질적 약속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대폭적 권한 이양이 없는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릴 위험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복리증진과 지역의 발전이다. 냉정하게 따져보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